박근혜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벌어진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청와대 경호요원의 몸싸움 사건이 정국을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19일 국회에서는 종일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책임 소재를 놓고 여야 간 공방과 파행이 반복됐다.
이날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정기국회 첫 대정부질문은 1시간 15분 늦게 시작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강 의원과 경호요원 간 몸싸움과 관련해 강창희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 사건은 강 의원에 대한 청와대 경호실의 집단폭행 사건”이라며 “(국회의장이) 청와대에 사과를 요구하고 (우리가) 의사진행발언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 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 간 협의에 시간이 걸리면서 결국 오전 본회의는 통합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의 비교섭단체대표 발언, 새누리당 김성태, 민주당 원혜영 의원의 대정부질문만 마친 채 마무리됐다.
오후 2시에 속개된 회의에서 강 의장은 “어떤 경위에서든 국회 관내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물리적 제재를 받았다면 잘못된 일”이라며 “국회의장으로서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에 “사태의 경위를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조처를 해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여야 의원들에게도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곧바로 이어진 의사진행발언에서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경호요원이) 무조건 뛰어내려 강 의원의 목 앞쪽을 치고 뒷덜미를 잡아끌었다. 몇 명의 경호원이 강 의원의 양팔을 억압했다. 몇 분을 끌려 다녔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호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뒤이어 연단에 오른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은 “강 의원에게 책임이 있다”고 맞섰다. 그는 “강 의원이 어깨를 잡고 멱살을 잡고 구타를 했다. 지금 해당 순경은 열 바늘을 꿰매고 치아가 흔들리고 목과 허리를 다쳤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강 의원은 2010년에도 (새누리당) 김성회 의원을 폭행해 1000만 원의 벌금을 받았다”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거짓말하지 마!” “그만해!”라고 소리를 질렀다. 강 의원은 2010년 국회 본회의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당시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과 주먹다짐을 한 뒤 곁에 있던 국회 경위를 때린 혐의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2007년에는 ‘BBK특검법’ 통과를 둘러싼 대치 과정에서 전화 수화기로 새누리당 여성 의원의 머리를 수차례 가격하기도 했다.
곧바로 본회의장을 나온 민주당 의원들은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강 의원과 경호요원이 충돌했을 당시의 상황을 공유하고 새누리당의 사과를 요구하는 발언들이 오갔다. 강 의원은 의총에서 “국회의원이 싸움이나 하는 것으로 치부되는 것에 비애감을 느낀다. (국회를) 떠나고 싶다”고 했다. 당시 상황을 옆에서 지켜봤다는 민주당 의원 5명은 기자회견을 열어 강 의원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대정부질문은 오후 5시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유감 표명을 하면서 속개됐다.
군 장성 출신인 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폭행을 했다면 (강 의원은) 이미 국회의원 자격을 잃었다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국민의 충복”이라며 “‘국회의원을 몰라봐?’라고 말하는 자체가 자신의 상관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이고 군(軍) 항명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강 의장을 예방한 알마즈베크 아탐바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대정부질문이 열리는 본회의장을 잠시 찾았다. 이때는 이우현 의원 발언에 대한 항의 표시로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난 직후여서 새누리당 의원들만 남아 있었다.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좋은 것 배우고 가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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