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조직에선 항상 크고 작은 갈등이 존재한다. 그리고 갈등 해결의 책임은 대부분 리더의 몫이 된다. 그래서 리더들은 어떻게 하면 갈등을 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어떤 리더는 갈등이 나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갈등이 생기기 전에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믿는다. 또 다른 리더는 정반대의 선택을 한다. 갈등이 있을 때 그냥 내버려 둔다.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잘 풀라는 식이다. 이런 리더가 이끄는 팀에서 조직원들은 일에 몰입하기 어렵다. 리더의 무관심에 의해 조직원들 간의 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팀의 성과는 나빠진다.
갈등이 건설적인 시너지가 되려면 리더의 적절한 개입이 중요하다. 갈등을 없애려고만 해서도 안 되지만 방치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리더는 조정자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
훌륭한 조정자는 갈등 당사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느끼게 만든다. 그들이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했다고 생각할 때 결과를 받아들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답이 뻔한 문제로 싸우는 부하 직원을 바라보는 리더는 본능적으로 정답을 주고 싶어 한다. 판결을 내려줘야 하는 판사처럼. 하지만 일단 참는 게 좋다. 대신 부하 직원들이 스스로 그 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이 뱉은 말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본능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이를 자극하는 것이 바로 ‘조정’이다.
성공적인 조정을 위해 리더 스스로 버려야 할 편견이 있다. 첫째, 절차상 편견이다. 조정자가 갈등 당사자가 아닌 본인의 성향이나 필요에 따라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재래시장 살리기’라는 명분과 ‘시장 경쟁 논리’라는 두 가지 주장이 맞서며 사회적 이슈가 된 대기업슈퍼마켓(SSM) 입점 갈등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갈등 당사자는 시장 상인들과 SSM을 추진하는 대기업, 조정자는 공무원이다. 조정이 잘 안 되는 공무원들은 일정을 정해 놓고 만난다.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조정회의를 합니다”와 같은 식이다. 만약 갈등 당사자 양측이 문제를 건설적으로 풀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상대를 탓하는 상황이라면 기계적으로 정해진 시간은 ‘보여주기 행사’에 불과하다. 조정자의 편의에 의해서가 아닌 갈등 당사자가 필요로 할 때 만나는 것이 성공적 조정의 출발이다.
두 번째 편견은 해결책에 대한 편견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조정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갈등 당사자가 문제를 풀어가도록 돕는 것이다. 하지만 조정자도 인간이다 보니 양측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양한 해결책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정 과정에서 무의식중에 본인이 좋다고 여기는 답으로 이끌어 가려 한다. 앞에서 예로 든 SSM 갈등 상황에서 대기업 담당자의 해법이 설득력이 있다고 느낀 공무원이 이렇게 말한다고 가정하자. “들어 보니까 유통의 현대화라는 세계적 추세를 무시할 수 없겠네요. 우리나라 기업들이 규제를 받는 사이에 일본계 SSM이 힘을 키워 간다는데….” 이런 얘기를 듣는 시장 상인은 어떤 기분이 들까? ‘역시 돈 있는 대기업 편만 들어 주는군’이라며 조정자에 대한 신뢰를 버릴 수밖에 없다. 조정자가 본인이 최상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 가는 편견을 버려야만 제대로 된 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상대의 행동을 판단할 때 내가 상대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느냐가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SSM 문제의 조정을 맡은 공무원이 과거 대기업의 횡포에 의해 피해를 본 적이 있다면? 시장 상인들이 베풀어 주는 돈독한 ‘정’을 느끼며 살아 왔다면? 아무래도 시장 상인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반대로 재래시장의 불편한 주차나 환경 때문에 힘들어 하다가 대형마트가 들어와 편리한 쇼핑을 즐기게 됐다면? 대기업의 입장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정자는 항상 본인 스스로가 갖고 있는 선입견을 견제해야 한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조정 과정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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