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별 감찰팀 가동… 퇴근후 서랍 불시 검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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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대대적 공직감찰

10월 둘째 주 박근혜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로 순방을 간 사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위민2관 2층 경제수석비서관실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밤늦은 시간이라 직원들은 모두 퇴근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순방 기간 민정수석실은 여러 통로로 수행원들의 행적을 감찰한다. 이에 맞춰 청와대에 남아 있는 직원들에 대한 기습 조사가 진행된 것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은 직원들의 서랍을 뒤졌다. 그중 행정관 A 씨의 서랍에서 상품권을 발견했다. A 씨의 서랍은 잠그지 않은 상태였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A 씨가 이 상품권을 특정 기업으로부터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A 씨의 과거 행적을 조회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 다른 기업으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기록을 발견했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보고를 받고 즉각 원대 복귀시키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 靑, “1년 내내 특별감찰기간”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21일 “불시에 민정수석실에서 찾아와 컴퓨터의 보안 상태를 확인한다”며 “1년 내내 ‘지금 특별감찰기간이다’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끊임없이 감찰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밤에 사무실에 들어와 책상 위나 잠그지 않은 서랍 안에 대외비 문서를 놓고 다니는지 등을 수시로 체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용 컴퓨터도 점검 대상이다. 수시로 첩보를 입수해 해당 직원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한다. 같은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이라도 보안상 서로 무슨 첩보를 조사 중인지 모른다고 한다. 청와대 직원들은 이번 사건으로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각 수석들은 21일 내부회의에서 “절대로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말을 맞아 더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영향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공무원들 심리적 압박 심해


42개 부처 감사관들이 모이는 중앙행정기관 감사관 회의는 매년 초 한 번 열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해는 4월에 이어 이달 11일 두 번째 회의가 열렸다. 새 정부 출범 첫해 연말인 만큼 공직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각 중앙부처도 공직 기강 잡기에 한창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일 전체 직원 대상 조회에서 “공직 기강이 이완되지 않도록 하고,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오후 2시 이후 들어오는 공무원에 한해 출입구로 들어올 때 찍는 개인카드의 소속과 이름을 기록해 감사실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5월 ‘세무조사 감찰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조사국 간부들의 경우 한 달에 한두 번은 퇴근 후 미행이 붙는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와 퇴근 후에도 외부 사람을 편하게 만나기 힘들다”고 전했다. 경제 부처의 한 과장도 “휴일에 친구와 골프를 치더라도 반드시 내 돈으로 결제했다는 증빙을 남기려 한다”고 말했다.

○ 기업들도 몸조심 모드

주요 대기업은 이번 사건으로 공무원과의 접촉이 더 힘들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 등 일부 부처의 일정 직급 이상은 아예 못 만나고 있다”며 “업무상 공무원들을 꼭 만나야 하는데 이번 일로 더 만나기 어려워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의 관계자는 “요즘은 공무원들에게 돈을 주는 경우는 없다. 상품권도 공무원들이 거절할 때가 많지만 골프를 치면서 내기 형태로 상품권을 일부 건네는 일은 있다”고 말했다.

동정민 ditto@donga.com / 세종=홍수용 / 장원재 기자
#공직감찰#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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