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술정보원에서 열린 ‘인간중심 소셜이노베이션(HCSI)’ 국제회의 강연자로 나선 마틴 린더 샌프란시스코주립대 디자인스쿨 교수(사진)가 질문을 던졌다. 70여 명의 학생은 하나씩 스스로 생각한 대답을 내놓았다.
“아름다운 것?” “기능을 더 유용하게 만드는 것?”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하던 린더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 옳은 말입니다. 하지만 전제해야 할 것은 디자인은 사람의 ‘궁금증’과 의문에서 출발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창의성’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입니다.”
이어 “아이들은 필기시험으로만 성장하지 않습니다. 다음 세대는 창의력이 필수적인데 저소득층 아이들일수록 손으로 재료를 만지며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어본 경험이 매우 부족합니다”라고 했다. 그가 2003년부터 아이듀(iDO·industrial Design Outreach) 활동을 시작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는 대학생 300여 명과 함께 저소득층 아이들이 많이 사는 미국 내 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테이프와 가위만 있으면 뚝딱 만들 수 있는 지갑, 전기료를 줄일 수 있는 발광다이오드(LED)램프 만드는 방법 등을 가르쳤다. 일종의 ‘디자인 재능기부’인 셈이다. 지금까지 참여한 고등학생은 1400명에 달한다.
그와 대학생 멘토들, 학생들이 2009년 함께 만든 ‘커뮤니티벤치’는 샌프란시스코 시청에 전시되어 있다. 캘리포니아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건이나 상징물들로 나무 패치 조각을 만들어 아름다운 벤치를 제작한 것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린더 교수는 지역사회 봉사자들을 기리는 ‘제퍼슨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한국 강연은 내년부터 ‘디자인 재능기부’를 계획하고 있는 연세대 소셜이노베이션 연구사업단의 초빙으로 이뤄졌다. 연세대는 내년 학기부터 관련 수업을 개설하고 대학생 멘토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방침이다. 배성주 연세대 교수는 “단순히 디자인 감각을 일깨우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아이디어가 신제품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기회로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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