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격 희생 유가족 가슴 피멍 들게해… 박창신 신부에게 꼭 사과받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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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문광욱일병 부친 항의시위 참가

“박창신 원로신부(71)에게 꼭 사과를 받고 싶다. 조국을 지키다 전사한 아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25일 오후 3시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 3년 전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로 숨진 문광욱 일병의 아버지 문영조 씨(50)는 성당 앞에서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신부 등이 22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정당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규탄하는 집회에 참석한 거였다. 문 씨는 군산시 안보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회사를 일찍 퇴근했다.

문 씨는 이 자리에서 문제의 발언을 한 박 신부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는 “박 신부는 성직자임에도 그의 말은 아들을 두 번 죽이고 연평도 포격으로 숨진 장병 유족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했다”며 “박 신부와 통화가 안 되면 휴대전화에 메시지라도 남겨 직접 해명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문 씨는 “수송동성당을 다니던 한 지인이 22일 박 신부의 강론을 듣고 온 뒤 ‘내용이 너무 지나쳤다. 부끄럽다’며 나에게 대신 사과했다”고 전했다. 그는 강론 내용을 전해들은 뒤 어떻게 성직자가 유족의 마음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막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고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 씨(53·광주·교사)도 박 신부의 강론 내용을 전해듣고 학교를 하루 쉬었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혼자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는 아들 묘지를 찾았는데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 역시 천주교 전주교구의 한 신부를 통해 박 신부와의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25일 수송동성당과 천주교 전주교구청 앞에서는 하루 종일 집회와 시위가 이어졌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호남·충청지부 회원 300여 명은 이날 오후 1시 수송동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구현사제단을 ‘반국가 종북세력’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정의구현사제단 일부 사제는 종교인으로서 정치적 성향을 띠고 국가 정책을 반대해 왔다”며 “사제복 뒤에 숨겨진 반국가 종북의 얼굴이 드러난 만큼 사제단은 해산하고 박 신부를 북으로 추방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후 4시에는 군산시 안보단체협의회, 전북재향군인회, 자유총연맹, 자유연합 등 10여 개 단체 회원 300여 명이 수송동성당 앞에서 항의시위를 했다. 일부 참가자는 성당 간판을 향해 달걀을 던지기도 했다. 오후 6시에는 서울 어버이연합 회원 200여 명이 전북 전주시 노송동 천주교 전주교구청 앞에서 박 신부의 발언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어 ‘정의구현사제단’이라고 적힌 허수아비의 화형식 퍼포먼스를 했다. 서울 중구 명동성동 앞에서도 대한민국재향경우회와 고엽제전우회 등 시민단체 회원 700여 명이 사제단 규탄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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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청년연합 등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신부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 신부의 발언은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 및 동조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이날 시민단체인 활빈단 홍정식 대표가 박 신부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하자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군산=이형주 peneye09@donga.com·김광오 기자
#시국미사#박창신 원로신부#문광욱일병#규탄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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