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공개채용 시즌이다. 선발 과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1차 서류 전형, 2차 인적성 검사, 3차 면접 순으로 일괄 선발한다. 이런 전형이라면 학력, 영어 점수 등 이른바 스펙이 좋고, 인지능력이 우수하며, 똑똑해 보이고 언변도 뛰어난 구직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왜 우리가 대학입시에 목숨을 걸고, 휴학을 하면서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면접 과외’까지 받는지 명쾌하게 설명된다.
기업에서 대졸 신입사원이 담당하는 직무는 상당한 전문성과 효율성을 요구한다. 직원이 자신이 맡은 직무를 잘할 수 있는지 먼저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전형 과정에는 취업 후 담당할 직무에 대한 적성을 파악할 기회가 없다. 당연히 기업은 스스로 선발한 인력의 직무수행 능력이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고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상당 기간에 걸쳐 직무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대학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낮은 이유다.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한 구직자도 주어진 직무나 근무 여건이 불만스럽긴 마찬가지다. 대졸자의 75%는 2년 이내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젊은 사원들은 임금을 산정하는 방식에도 동의하지 못한다. 회사에 대한 기여도와 성과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도 회사를 오래 다닌 선배들보다 급여 수준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사의 급여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초임교사에 비해 고령교사의 연봉이 2.77배나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임금격차는 1.59배이다. 동일한 일을 하는 데다 학부모들이 오히려 젊은 교사를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평생직장을 가진 교사와 달리 평균 근속기간이 6.2년에 불과한 기업은 더욱 심각하다. 신입 사원들이 임금이 높아질 때까지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 요인이 별로 없다. 들고 나는 청년들이 많으니 고용률은 정체하거나 하락하고, 미취업자의 능력이 취업자보다 높은 기이한 현상도 발견된다.
따라서 청년들이 일하게 하려면 우리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 사람이 아니라 직무를 중심으로 채용을 해야 한다. 쉽게 말해 스펙 좋은 사람을 뽑아 직무에 맞출 것이 아니라 먼저 직무에 맞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말이다. 집단 채용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급여도 연공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책정돼야 한다. 직무와 직위를 일치시켜 근로자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어야 한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이미 미국이나 독일의 노동시장은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 사람(학력이나 경력)보다 일(성과와 난이도)을 중심으로 급여 체계가 형성되면 청년층 노동시장 유인은 물론이고 고령화 대응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기업은 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 근로자는 직무 만족도가 상승한다. 쉽지 않은 개혁이지만 반드시 추진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