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명문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A 씨(30)는 중국인 고등학생 B 군(17)과 함께 23일 한국에 입국했다. A 씨의 임무는 B 군 대신 토플시험을 보고 만점인 120점 중 100점 이상을 받아 B 군을 미국 영국 등 영어권 상위 50위 안의 대학에 가도록 돕는 것이었다. B 군은 부모의 지원으로 1만 위안(약 174만 원)을 주고 대리시험 일당에게 의뢰했다.
시험 당일인 24일 A 씨는 B 군과 똑같은 옷을 입고 미리 시험장 화장실에 숨었다. B 군은 신분 확인 뒤 용변이 급한 것처럼 연기를 해 화장실로 갔다. 잠시 후 A 씨는 태연하게 B 군 대신 시험실에 들어가 시험을 치렀다. 이들은 외국인 응시생의 얼굴은 잘 구별하지 못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감독관은 얼굴이 다른 것을 눈치 채고 몰래 경찰에 신고했다. 당당히 시험장 정문을 나서던 A 씨는 잠복하던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해외 유학을 원하는 자국인들의 의뢰를 받아 입국한 뒤 토플시험을 대신 치른 혐의(업무 방해 등)로 A 씨 등 중국인 4명을 구속하고 의뢰인 B 군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토플 주관처인 미국 교육평가원(ETS) 측에서 원서와 수험료 입금 계좌 등을 감시하는 과정에서 “특정 e메일 주소와 카드 번호가 반복 사용된다”는 첩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외 3명은 의뢰인의 이름으로 된 위조 여권으로 시험에 응시했다. 해외에서는 해당국 감독관들이 여권 위조 여부 등을 판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것. 이들은 중국 인터넷 포털사이트 ‘큐큐(QQ)’를 통해 토플 대리시험을 의뢰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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