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예비 양자 협의에 나서기로 한 것은 TPP 참여를 위한 9분 능선을 넘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출이 경제의 핵심인 한국이 최대 우방인 미국이 TPP를 통해 재편하려는 글로벌 경제 질서에서 더이상 소외될 수 없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이에 따라 TPP 참여를 위한 정부의 움직임에는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참여국과의 힘겨루기는 물론이고 농산물 등 일부 업종의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남아 있는 관문들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일본 등 12개 국가가 참여하는 TPP는 협상이 타결되면 참여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가 세계 GDP의 38.4%를 차지하게 된다.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 시장이 탄생하는 셈이다. TPP는 2005년 6월 출범 당시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4개국이 추진하던 소규모 협정이었으나 2008년 미국, 올해 3월 일본이 참여를 선언하면서 글로벌 통상질서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이번 관심표명 선언은 TPP 참여를 위한 협상 절차에 정식으로 돌입하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앞으로 기존 참여국들과의 예비 양자협의를 거쳐 공식 참여를 선언하고, 이어 기존 참여국들의 승인을 받으면 본협상에 참여하게 된다.
정부가 TPP 참여 결심을 굳힌 것은 최근 TPP 협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 7∼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장관급 회의에서 TPP 협정이 최종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이왕 참여하려면 빨리 참여하는 게 낫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더 늦으면 협상 참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해서 관심 표명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TPP에 참여하면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들과 한꺼번에 FTA를 체결하는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다.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출 시장이 크게 확대된다는 의미다.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정치적 이득과 함께 일본의 FTA 영토 확장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에 비해 FTA 실적이 한참 뒤처졌던 일본이 TPP를 통해 한국이 FTA로 얻었던 비교우위를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TPP에 참여해 얻을 경제적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자 간 협정인 탓에 다른 FTA와 달리 한국의 입장을 관철시키기가 까다롭다. TPP에 참여하는 순간 한미 FTA 협상 당시 쟁점이었던 미국의 쌀, 쇠고기 추가 개방 요구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또 한일 FTA가 체결되는 것과 같은 효과여서 일본 공산품에 대한 국내 시장의 문턱이 낮아져 제조업에서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애초에 미국이 TPP에 참여한 것은 아시아 경제 패권을 차지하려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으로서는 TPP 참여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여야 하는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TPP보다는 한중 FTA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TPP에 참여해도 농축수산물, 제조업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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