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식별구역(ADIZ) 배타적경제수역(EEZ) 해군작전구역(AO) 등 이어도 주변의 각 구역 획정을 둘러싸고 한국 중국 일본 등 인접국 간의 마찰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를 검토하고 조만간 중국과 EEZ 획정을 위한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방공식별구역은 국가 안보를 위해 영공 외곽에 설정한 공중 통제구역이다. 적 항공기를 조기에 탐지하기 위해서다.
ADIZ는 1950년 12월 미국이 처음 선포했으며 현재 전 세계에서 20여 개국이 운용 중이다. 한 국가가 방공구역을 선포하면 다른 나라들이 이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관습법’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성환 공군사관학교 명예교수(법학)는 “방공구역이 국가 자위와 자존을 위해 필요하고 이를 타국이 인정하는 쪽으로 관습법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공구역 중첩에 따른 갈등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동남아 국가들은 자국 영공 내에만 방공구역을 설정해 분란의 소지를 없앴고 미국이나 캐나다는 해양 쪽으로 국경을 맞대지 않고 있어서다. 2010년 6월 일본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주변 해역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방공구역(JADIZ)을 서쪽으로 22km 확대해 대만 방공구역을 침범한 적이 있었지만 큰 갈등 없이 끝났다.
KADIZ는 1951년 3월 미국 태평양 공군이 설정했다. 북위 39도, 동경 123도30분 지점에서 시작해 북위 37도, 동경 124도를 거쳐 다시 시작점으로 이어지는 8개의 좌표를 연결한 선이다.
서쪽은 중국을 감안해 산둥(山東) 반도와 옹진반도의 중간선을 택했고 남쪽은 당시 미국이 일본을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적의 위협이 없다고 판단해 제주에 대한 해안 방위만을 고려해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도가 포함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1963∼1979년 다섯 차례에 걸쳐 이어도 공역(空域)을 KADIZ에 포함하는 방안을 미 공군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마라도와 홍도 상공도 KADIZ에서 제외돼 있는데 이는 1982년 유엔해양법 협약 체결로 영해가 3해리에서 12해리로 확대됐지만 KADIZ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KADIZ와 JADIZ 경계선에서 군용기 간의 우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1995년에 충돌방지 협약을 체결했다.
방공구역 문제는 EEZ 획정과도 연계돼 있다. 방공구역이 국가 관할권이 미치는 준(準)영공으로 간주되고 있어서다. 한국과 중국은 2001년 어업협정 당시 이어도를 어디에 포함시키느냐를 놓고 의견이 충돌해 아직까지 양국의 EEZ를 획정하지 못했다.
FIR는 민항기 관제 유도와 조난 항공기의 구조 업무에 사용되는 구역이다. 방공구역이 일방적으로 선포되는 데 반해 FIR는 주변국과 상의한 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승인을 받아 설정한다. 한국의 FIR에는 이어도가 포함돼 있다.
해군 AO는 외국 선박이 함부로 영해로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정한 감시구역이다. 한국의 AO는 남쪽으로 북위 32도까지 뻗어 있어 이어도가 포함돼 있다. AO 설정은 군사기밀이어서 구체적인 범위는 자국민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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