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와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상임공동대표 퇴휴 스님)가 이 같은 주제를 내걸고 개최한 토론회는 큰 관심을 모았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일부 신부의 정권 퇴진 시국미사를 계기로 촉발된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토론회 패널로도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참여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사회를 맡았고, 종교계에서는 인명진 갈릴리교회 담임목사,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 김형태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장, 도법 스님, 정계에서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과 신경민 민주당 의원, 학계에서는 홍성걸 국민대 교수가 참석했다.
그러나 2시간 정도 진행된 토론회는 금세 반쪽짜리로 흐르고 말았다. 김재원 의원은 기조발언만 마친 채 긴박한 여야 간 협상 실무를 맡고 있다며 30여 분 만에 국회로 향했고, 성 전 대사도 곧 급한 용무를 이유로 자리를 떴다.
남은 패널은 대체로 종교인의 시국 발언은 인정해야 하고, 박창신 신부의 연평도 포격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지나치게 반응하고 있다는 데 공감을 표시했다.
인명진 목사는 “목사가 설교를 하려면 정치·경제·사회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그런 얘기를 하지 말라는 건 목사를 그만두라는 것이다”라고 지적했고, 도법 스님은 “종북, 빨갱이란 공포스러운 언어가 너무나 가볍게 쓰이는 현실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신경민 의원은 “세상에 발언하지 않는 종교는 죽은 종교다. 종교인의 발언이 팩트나 상식에서 어긋나면 여론의 시장에서 바로잡힐 수 있다”고 했고, 보수 성향의 홍성걸 교수도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박 신부 발언을) 그냥 뒀어야 했다. 그렇다면 여론 수렴 과정에서 잘 정리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토론은 홍 교수와 나머지 패널 4명의 대립 구도로 흘렀다. 종교인들의 사회 참여와 정교 분리의 문제 등 세부 주제가 다뤄졌지만 홍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우리 사회의 갈등 요인이 되고 있는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가 해법 모색은커녕 균형을 잃은 일방적 행사가 되고 만 것은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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