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4·1 및 8·28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를 발표한 데는 정치권에 대한 압박의 의미가 적지 않다. 올해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부동산 종합대책 관련 법안은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기대감에 잠시 늘었던 주택거래는 11월 이후 다시 꺾였고, 정부는 이번에 법안 개정 없이도 시행할 수 있는 금융 지원책을 중심으로 한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대책 발표와 함께 국회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부동산시장 핵심 법안의 국회통과가 절실하다”며 관련법 통과를 촉구했다. 도태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 역시 “부동산 법안의 국회통과가 지연되면서 본격적인 시장 활성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 계류된 주요 부동산 법안으로는 취득세율 영구 인하(지방세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 폐지(소득세법),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주택법),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주택법) 등이 꼽힌다. 모두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법안 102건에 포함돼 있지만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
김재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특히 취득세율 영구 인하와 관련해 “당정 합의로 올해 8월 28일 거래분부터 취득세를 감면해 주기로 결론을 냈지만 법제화가 되지 않다 보니 시장에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취득세 인하로 줄어드는 지자체의 세수를 보전할 대책이 선행되지 않는 한 동의할 수 없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발표된 정부 대책이 계류된 법안 통과와 맞물려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다주택자 중과 폐지 등 부동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부동산 투자의 심리적인 걸림돌을 없앨 수 있다”며 “시장 파급력이 큰 대책은 모두 국회에 걸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금융 지원만으로는 주택 매매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며 “세제 감면 등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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