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의 여성을 스카프처럼 목에 두르고…이것도 예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4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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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시도를 차려입은 흑인 남성이 벌거벗은 백인 여성을 스카프처럼 두른 사진을 잇달아 올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자칭 '행위 예술가' 네이트 힐(Nate Hill·36)은 약 4개월 전부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트로피 스카프(Trophy Scarves)'라는 주제의 연작 사진을 올리고 있다.

커다란 뿔테 안경을 낀 힐은 늘 같은 복장으로 여성을 목에 두르고 포즈를 취한다. 여성의 복장은 제각각이다. 벌거벗거나 주요 부위만 겨우 가린 여성이 있는가 하면, 옷을 웬만큼 갖춰 입은 여성도 있다.

힐은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졌다. 반면 그의 '예술' 행위에 동참한 여성은 모두 백인이다.

힐은 이와 관련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Trophy scarves : I wear white women as scarves for status and power(트로피 스카프 : 나는 지위와 권력을 보여주기 위해 백인 여성을 스카프로 두른다)"라는 설명을 적었다.

트로피 스카프는 '트로피 와이프'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트로피 와이프는 성공한 남자들이 나이 든 조강지처를 버리고 맞아들이는 젊고 예쁜 새 아내를 전리품에 빗댄 신조어로 1989년 포춘지가 만들어냈다.


힐은 몇몇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턱시도를 차려입은 흑인 남자가 거의 전라인 여성을 목에 두르고 포즈를 취하는 사진을 연달아 올리는 이유에 대해 "높은 사회적 신분의 상징으로 흑인 남성이 젊은 백인 여성과 사귀는 것을 인종적인 차원에서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이 있다"며 "이 문제를 부각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까지 이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싶다면서 몇 명의 여성과 사진을 찍어야 만족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00명 정도를 생각하고 있지만 그 숫자에 도달하면 200명을 향해 갈 수도 있다고.

그는 온라인에서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직업모델부터 일반인까지 다양한 여성이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빠르게 늘어 4일 현재 8150여 명에 이른다.

기혼자인 그는 아내는 아내의 삶이 있고 자신은 자신의 삶이 있다며 아내가 이번 프로젝트를 용인해 줬으며 직업은 '의료용 나비를 키우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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