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안따지고 국적 안가리고 성과주의 발탁
여성 공채 1기 등 역대최다 15명 임원 승진
외국인도 사상최다 12명이 본사 임원으로
실적 뛰어난 85명 연차 상관없이 특별 중용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여성인재 중용론’이 20년 만에 꽃을 피웠다. 삼성그룹은 역대 최대 규모의 여성 임원을 승진시키는 내용의 임원 인사를 5일 발표했다. 1993년 첫 대졸 여성공채 입사자를 포함해 여성 인재 15명이 승진했다.
해외 현지법인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의 승진도 역대 최대 규모였다. 왕통 삼성전자 북경연구소장(51)이 외국인으로선 사상 두 번째로 본사 부사장에 오르는 등 12명의 승진자가 나왔다.
전체 승진 인원은 475명으로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지만 평균 근무연한보다 빨리 승진하는 발탁 승진은 85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올해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에서 특히 승진이 많았다. 삼성전자의 상무 승진자는 총 161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해 사장단 인사에 이어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 꽃피운 여성인재들
올해 여성 임원 승진자는 15명으로 2011년 9명, 지난해 12명에 이어 사상 최대 기록을 이어갔다. 이들 가운데 9명이 발탁 승진했다. 삼성그룹은 “성별을 불문하고 성과와 능력에 따른 전략적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1년 앞서 발탁 승진된 연경희 삼성전자 상무(42)는 삼성전자 최초 여성 주재원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다. 1994년 삼성그룹 여성공채로 입사해 2004년 ‘삼성전자 여성 1호 해외주재원’이라는 타이틀에 이어 올해 1월에는 최초의 여성 해외지점장으로 뉴질랜드에 부임했다. 부임 직후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2012년 2억6000만 달러이던 매출을 올해 3억2000만 달러로 끌어올렸다.
여성 대졸공채 1기로 1993년 입사한 송명주 삼성전자 상무(43)도 2004년 첫 해외 여성 주재원 중 한 명으로 현재 싱가포르에서 동남아시아 가전판매 총괄을 맡고 있다. 송 상무는 올해 초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년 전 삼성의 여성 공채 소식에 모교인 이화여대 교정 전체가 떠들썩했다”며 “여자 화장실조차 부족했던 20년 전과 달리 이제는 사업장마다 훌륭한 어린이집과 여성 직원을 위한 시설이 들어서 기쁠 따름”이라고 말했다.
양향자 삼성전자 상무(46)는 1986년 광주여상을 졸업하고 18세에 삼성반도체 메모리설계실에 입사해 현재까지 28년간 메모리 설계 업무를 맡고 있다. 1995년 삼성전자기술대학을 졸업한 데 이어 2008년에는 성균관대에서 전기전자컴퓨터공학 석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중국인 부서원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까지 날아가 축하 연설을 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삼성카드도 이인재 전무(50)와 박주혜 상무(44) 등 두 명이 승진했고 삼성에버랜드에서도 이은미 상무(47)가 패션디자인 전문가로 역량을 인정받아 승진했다.
○ 현지인 출신 두 번째 부사장 탄생
올해는 해외법인 우수 인력의 본사 임원 승진도 역대 최대 규모다. 2011년 8명, 지난해 10명에 이어 올해는 12명이 승진했다. 본사 임원으로 승진하게 되면 현지 법인에 국한되지 않고 본사 및 글로벌 법인들을 오가며 다양한 업무를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삼성그룹은 “현지인 직원들에게 국적, 인종에 관계없이 핵심 인재를 중용하겠다는 ‘인재 제일’ 원칙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삼성전자 북경연구소장 겸 휴대전화 영업담당을 맡고 있는 왕통 전무는 2013년 미국의 팀 백스터 부사장에 이어 두 번째 본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왕 부사장은 중국 신식사업부(정보통신 담당 부처) 출신의 통신 시스템 개발 전문가로 중국 시장에 수출할 휴대전화 22개 모델의 개발을 주도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이 밖에 스페인 네덜란드 미국 스웨덴 멕시코 등 대륙별, 법인별로 현지 시장 개척에 공헌해 온 외국인 직원들도 본사 임원으로 승진했다.
○ ‘젊은’ 조직 추구
올해는 2006년 이후 최대 규모인 85명을 발탁 승진시켰다는 점도 눈에 띈다. 부사장 발탁 10명, 전무 26명, 상무 49명으로 2011년(54명)과 지난해(74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144명이 전무나 부사장 등 고위 임원으로 승진해 예비 최고경영자(CEO) 층이 두꺼워졌다. 신임 임원 승진은 예년 규모인 331명으로 팀장급 실무 책임 임원을 보강하는 한편으로 젊고 역동적인 조직을 구현하는 선봉장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갤럭시 기어’ 등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적 제품과 마케팅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전 대륙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한 무선사업부에 승진 기회가 많이 돌아갔다.
무선사업부에서 시스템 소프트웨어(SW) 개발그룹장을 맡고 있는 박현호 전무(51)는 계명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삼성전자 컴퓨터사업부 개발팀에 입사해 2010년 22년 만에 연구임원 자리에 오른 융합형 인재다. 삼성전자는 “박 전무가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서도 컴퓨터공학을 부전공했다”며 “삼성그룹이 최근 양성 중인 인문계 출신 SW 전문가의 대선배 격”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중국영업 담당 이진중 부사장(53) △하드웨어 개발 김학상 전무(47) △구주영업 서기용 전무(53) △SW 개발 신민철 전무(47) 등이 발탁 승진했다. ▼ 삼성그룹 임원 승진자 명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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