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노라조 “엽기·코믹은 대중의 마음 여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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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6일 09시 09분


엽기 듀오 노라조. 사진제공|노라조 프로덕션
엽기 듀오 노라조. 사진제공|노라조 프로덕션

풍자와 해학으로 대중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남성 듀오 노라조(조빈 이혁)가 돌아왔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노라조의 엽기 코믹 무대를 1년 6개월 만에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나타난 그들은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말갈기를 형상화한 독특한 헤어스타일에 주변 사람들은 넋을 놓거나 키득키득 웃으며 두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노라조는 이를 즐기기라도 하듯 웃으며 모든 이들에게 90도 인사로 답했다. 그들이 등장하면 자연스레 ‘웃음’이 뒤따른다.

웃음기 가득한 그들이지만, 음악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다. 보이는 것과 달리 탄탄한 가창력과 연주 실력을 자랑한다. 5장의 정규 앨범과 10장의 싱글이 이를 증명한다.

조빈과 이혁은 지난달 발매 새 싱글 ‘야생마’를 발매하고 반인반마(半人半馬)’로 변신했다. 각박한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자연을 누비는 야생마처럼 원하는 대로 살자고 외치고 있다.

하늘을 나는 ‘슈퍼맨’에서 푸른 바다를 헤엄치는 ‘고등어’로, 다시 대자연을 뛰노는 ‘야생마’로 돌아온 두 남자를 만났다.


▶엽기도 감동도 ‘노라조스럽게’

-왜 하필 ‘야생마’인가.
“이 곡을 1년 6개월 전에 처음 받았다. 그때쯤 노홍철과 장난치다 피처링을 하자고 약속을 받아 냈다. 노홍철이 정말 열심히 준비해줬다. 정말 고마운 친구다. 덕분에 즐겁고 만족스러운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거침없고 자유로운 것들을 생각하다 말을 떠올렸다. 사실 이혁의 별명이 ‘말용’이다. 그렇게 시작된 말 이야기는 ‘자유’의 상징 야생마에서 끝을 맺게 됐다.”

-신곡 ‘야생마’는 어떤 곡인가.
“‘슈퍼맨’ ‘고등어’ ‘카레’ 같은 노래를 기다린 팬들을 위한 곡이다. 노라조라는 팀을 표현할 수 있는 곡에 집중했다. 우리는 이런 느낌의 곡이 지겹기도 해 ‘형’ ‘여자사람’ 등의 조금은 다른 도전을 했지만, 대중들은 즐거운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 같다. ‘야생마’는 우리 노래 중 가장 원초적인 곡이다. 단순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가 곡에 녹아있다. ‘우리 것을 멋지게 보여줘야지’가 아니라 ‘대중에게 친숙한 걸 노라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엽기’와 ‘코믹’에 지쳐있던 것인가.
“우리끼리는 지겨웠을지언정 팬들을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 라디오나 동네 행사에서 가끔 들었을 텐데,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우리 생각만 한 것 같다. 다시 한 번 더 힘내서 대중에게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 그래서 아무리 좋아도 신나지 않은 곡들은 삭제했다.”

-온라인상에서 일부 누리꾼들을 노라조를 ‘자기 복제를 하는 팀’이라고 하더라.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나중에 ‘노라조 스타일’이라는 말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 그때까지 해보겠다. ‘예전보다 더 신이 난다’ ‘노래방에서 불러 보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면 성공이다.”

-어떤 무대를 꿈꾸는 것인가.
“우리를 위한 공간 있다면 틀을 두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공연해 보고 싶다. ‘응답하라 1994’가 사랑 받는 이유도 윤진이가 욕을 하는 등 생활 자체를 그대로 가져와서가 아닐까. 우리의 음악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야생마’에도 그런 욕심이 담겨 있나.
“규제를 벗어나 마당놀이 하듯 해학적인 면을 담아보려고 했다. 뮤직비디오에서 ‘생마 생마’라는 가사에 맞춰 CD나 휴지를 들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아는 사람들은 왜 우리가 그것을 들고 있는지 알 거라 생각한다. 다양한 표현과 가능성, 뭔가 얘깃거리를 만들고자 했다.”


▶가볍기에 더 진솔한 코믹 퍼포먼스

-독특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가.
“오랫동안 함께 음악을 해온 DK라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 셋이 원초적인 말장난부터 시작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저절로 쏟아지더라. 그런 놀이에서 콘셉트와 아이디어가 시작된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제주도와 승마장, 동춘 서커스장이 나온다. 어떻게 하다가 거기까지 가게 됐나.
“예전에 촬영했던 수산시장부터 곳곳을 둘러봤지만 마땅치 않았다. 그러던 중 조랑말이 있는 제주도를 생각하게 됐고, 우연한 기회를 통해 승마장과 서커스단, 해녀 아주머니를 만나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운이 잘 따라줬다. 제주도에서 1박 2일 만에 촬영을 마쳤다.”

-뮤직비디오 속 ‘야생 will never die’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나.
“지금 우리의 삶에서 벗어날 순 없지만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갇혀 사는 울타리와 우리를 억압하는 것에서 심적으로 탈피했으면 하는 희망을 담아 봤다.”

-노라조에게 야생마처럼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직장인들은 늘 똑같은 패턴으로 삶을 살게 된다. 조금 더 부지런하게 살면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면 야생마처럼 자유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일상을 던져버리고 떠나라는 의미보다는 자신의 삶은 지키고 삶을 지키되 정신과 사고는 그 틀 벗어나 자유를 느끼길 바라는 거다. 그런 자유와 변화가 우리의 야생마이지 않을까.”

-중간중간 록이나 발라드곡을 선보이곤 한다. ‘록스타’, ‘판매왕’, ‘여자사람’ ‘형’ 등의 곡은 기존 노라조의 이미지와는 다르지만 완성도가 높은 곡 같다.
“그런 곡들을 작업하면서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한 확신을 얻곤 한다. 여러 경험을 통해 조금 더 진화한 웃음과 진정성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 같다.”


▶B급 싼티? 대중이 즐긴다면 ‘능력’

-B급 정서와 엽기, 망가짐 등에 대한 거부 반응은 없는 것인가.
“언젠가 둘이 ‘다 내려놓고 대중을 위한 노래를 하자’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제는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외국에서도 우리 영상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말이 안 통한다고 느낌이나 마음마저 안 통하는 건 아니다.”

-해외에서 공연한 영상이 화제다. 노라조를 보는 해외 팬들은 적잖게 놀란 것 같더라.
“외국에서 공연할 때마다 외국인들의 반응을 관찰한다. 그냥 재미있다고 다 추진 않더라. 다 같이 출수 있는 춤을 고민하다가 무엇보다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춤을 못 추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따라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춤을 생각했다. ‘야생마’에 나오는 ‘아이엠그라운드춤’이 그것이다.”

-왜 대중은 노라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나.
“확실한 자기 분석과 틈새시장 공략 같다. 무엇보다 잘난 척을 안 한다. (웃음) 우리는 가족에게만은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 가수가 됐다. 우리의 이름만이라도 알려진다면 주변인들이 얼마나 우리 때문에 행복할까. 그래서 좀 더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 같다.”

-웃기고 황당한 것도 이젠 ‘노라조니까’라는 말로 다 이해가 되는 것 같다. 큰 성과 아닌가. 이쯤 되면 하고 싶은 음악과 해야 하는 음악에 대한 괴리감이 생길 것도 같은데.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우린 단칼에 승부 보는 팀은 아니다. 차근차근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그렇게 대중과 더 가까워진다면 하고 있는 음악에 하고 싶은 음악을 껴 넣고 있다. 햄버거를 먹다 보면 숨어 있는 베이컨을 찾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욕심내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다.”

-유쾌한 사람들의 그늘이 더욱 어둡다는 이야기가 있다. 개그맨 신동엽 씨도 평상시엔 말수가 없다고 말하던데 노라조의 일상은 어떠한가.
“집에선 조용하지만 그렇다고 공허하진 않다. 무대가 즐겁지만 매번 설레고 두렵기도 하다. 활동하면 할수록 무대를 마치고 내려와서 느끼는 뿌듯함은 커져만 간다. 우리도 무대가 아닌 곳에선 다 똑같다. 별다를 게 없다.”

-삼각김밥과 레옹과 마틸다, 캐리비안의 해적 등 매번 엽기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2014년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 텐가.
“1월 1일 신곡을 낼 계획이다. 내년은 말의 해인 갑오년(甲午年)이다. 야생마가 희망의 점을 받아주는 점쟁이로 변하지 않을까. 봄․개학․운동회 등 일상을 대변하는 키워드와 함께할 생각이다. 만들어 놓은 곡도 10곡이나 된다.”


▶지나온 과거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노라조

-전 소속사에서 홀로서기를 한 뒤 소속사를 차렸다. 소속 가수였을 때와 소속사 대표가 된 지금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무대의 소중함을 더 잘 알게 됐다. 더 자유롭게 준비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편안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힘든 것도 있었다. 직접 해보니 챙겨야 할 게 한둘이 아니더라.”

-헤어스타일이 파격적이다. 그만큼 준비하는 데도 고충이 클 것 같다.
“열심히 준비해서 무대에 오르고 팬들의 반응을 보면 사실 이런 건 고충도 아니다. 머리만 30분 정도 준비한다. 그렇다 보니 두피 건강도 나빠지더라. 그래서 두피 전용 샴푸를 쓴다. 때론 과장된 외모 때문에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그런 관심이 감사할 따름이다. 이러한 분장과 웃음이 사람의 마음을 여는 열쇠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젠 김무스 아저씨가 왜 그렇게 그런 헤어스타일을 고집했는지 알 것 같다. 한 가지 신기한 건 두피․모발 광고가 들어올 법도 한데 연락이 없더라.”

-2005년에 데뷔해 8년이 지났다. 앞으로의 8년을 내다본다면.
“하고 싶은 음악과 해야 하는 음악이 다르다. 해야 하는 것들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그대로 계속 하되 새로운 기법을 찾아 변화를 꾀하고 싶다. 친숙한 것에 새로운 요소 더하는 식으로 좀 더 연구해볼 참이다. 우리 노래를 듣고 대중이 울고 웃으며 오만가지 감정을 느끼는 8년이 됐으면 좋겠다.”

-40대가 되고 엽기 코드가 가능할까.
“‘용쓴다’는 짠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표현 기법을 달리할 생각이다. 조용필․인순이 선생님처럼 나이가 들어도 세련된 가수가 되고 싶다.”

-현재 노라조를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기사에 달리는 선플 보는 재미로 산다. ‘기가 막혀요’ ‘역시 노라조’라는 글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 (조빈) “유튜브에서 우리 영상 조회 수를 보고 즐거워한다. 요즘 들어 SNS도 더 많이 한다. 대중들의 반응을 보는 것이 재미있더라.”

-팬들에게 한 마디.
“우리 팬들은 수줍음이 많다. 대놓고 찾아와 응원하지 않는다. 우리를 좋아하는 팬이 몇 명인지 가늠할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우리가 찾아가야 한다. 언제 어디든 찾아갈 준비가 돼 있다. 즐기면서 낙천적으로 살아만 주길 바란다. 부담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그렇게 만나고 싶다.”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사진제공|노라조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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