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부정부패에 국민 불만… 20년 장기집권 ANC 분열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7일 03시 00분


[넬슨 만델라 1918~2013]
만델라 없는 남아공의 미래는

국부(國父)급 지도자를 잃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남아공은 한국의 약 12.2배에 해당하는 121만9090km²에 이르는 넓은 국토,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신흥경제대국 브릭스(BRICS)에 가입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부정부패, 극심한 빈부격차로 사회 갈등의 골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2014년은 아파르트헤이트 체제가 무너지고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꼭 20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남아공 인구의 79%를 차지하는 흑인과 기존 집권층인 백인의 빈부격차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2011년 조사 결과 남아공 백인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36만5134랜드(약 3700만 원)로 6만613랜드(약 610만 원)인 흑인 가구의 6배 이상이다.

빈부격차의 정도를 알려주는 지니계수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남아공 지니계수는 0.63으로 만델라 정권 출범 직전의 0.59보다 오히려 더 높다. 지니계수의 수치가 클수록 소득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남아공 흑인 인구의 절반은 하루 연명이 힘들 정도의 절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프레데리크 데클레르크 전 대통령도 “남아공 흑인 정권이 소수의 흑인을 부자로 만들었을지는 몰라도 많은 흑인들은 아직도 빈곤에 시달린다. 고용불평등 문제가 개선되지 않아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남아공을 대거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 봉기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2012년 8월 남아공 루스텐버그 광산 근로자들의 불법 집회를 경찰이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34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한 ‘마리카나 참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와 같은 빈부격차가 이어진다면 제2, 제3의 마리카나 참사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의 정적이자 급진 좌파 정당 ‘경제자유투사들(EFF)’의 줄리어스 말레마 당수는 백인을 배척하는 인종주의적 언사를 일삼고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독재정권을 옹호하는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으로 성난 흑인들의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20년간 장기 집권한 ANC의 부정부패 문제도 심각하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남아공에는 ‘입찰사업가(tenderpreneur)’란 신조어가 있다. 정부사업 입찰(tender)에 관여해 기업가(entrepreneur)처럼 부를 축적하는 부패 정치인과 관료를 일컫는 말”이라고 질타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고인 물은 썩는다”며 ANC의 장기 집권에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주마 대통령을 비롯한 ANC 지도자들은 자신의 자리 보전에만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주마 대통령은 지지율 상승을 위해 병석의 만델라를 무리하게 언론 앞에 노출시켜 지탄을 받았다. 이에 5월 데즈먼드 투투 명예 대주교는 “내년 총선 때 ANC를 지지하지 않겠다. 현재 남아공은 세계에서 가장 소득불평등이 심하고 범죄와 부패가 만연한 국가”라고 일갈한 바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넬슨 만델라#남아공#ANC#만델라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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