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 정치 추진위원회’(새정추)의 공동위원장 인선은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안철수 신당’의 목표를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새정추 공동위원장 4명의 출신지와 대표 지역을 보면 수도권 2명(이계안 전 의원·서울, 박호군 전 과학기술부 장관·인천), 호남 2명(윤장현 전 YMCA 전국연맹이사장·광주, 김효석 전 의원·전남)이다.
더구나 이들은 해당 지역의 광역단체장 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된다.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동시에 일종의 지방선거 준비기획단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영남과 충청 출신이나 두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은 인선 발표에서 빠졌다. 안 의원은 “제가 부산 (출신)이고 (새정추 소통위원장인) 송호창 의원은 대구(출신)”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비어 있는 지역은 추후 인선을 해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인물난에 허덕여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영남과 충청에서 생각보다 ‘안철수 바람’이 세지 않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안 의원이 수도권과 호남을 승부처로 삼고 있으며, 지방선거 때 이 두 지역에서 민주당과 정면대결해 야권의 ‘적자’를 가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많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안철수 신당은 야권에 속해 있고, 향후 지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반은 호남과 수도권이다.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그 이후 펼쳐질 정계개편 과정에서 야권 헤게모니를 두고 민주당과 경쟁하겠다는 강한 속내를 여과 없이 내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안철수 신당과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선거는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철수 신당의 성패 여부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지방선거가 새누리당과 야권의 1 대 다자(多者) 구도로 치러질 경우 야권의 패배는 불 보듯 뻔하다”고 걱정했다.
전직 의원 2명이 탈당해 경쟁 정파의 공동위원장이 된 민주당은 겉으로는 “이 정도 인물이라면 해볼 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 의원이 그토록 외쳐온 ‘새 정치’와는 전혀 걸맞지 않은, 새롭지 않은 인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에서 “(공동위원장들이) 민주당에서 한솥밥을 먹던 동지나 주변 인사”라며 “민주당에서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경험했기에 성공의 길이 어디에 있는가를 잘 아시리라 믿는다. 구멍가게로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광주 지역의 장병완 의원은 “강한 야권을 하려면 전국적으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호남이나 호남세가 강한 지역에서 (야권) 표의 분할만 하는 구조”라며 “새누리당이 어부지리 하는 결과밖에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천 지역의 윤관석 의원은 “새 정치의 바람은 일어나지도 않았다. 풀잎조차 흔들리지 않았다”며 “인천만 해도 박호군 전 장관의 정치적 영향력은 미지수”라고 했다. 반면 조경태 최고위원은 “안철수 신당에 대해 민주당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당내 일각에선 만약 안 의원과 단일화를 하지 못해 패한다면 안 의원 측이 패배 책임을 떠안을 확률이 높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안 의원 정치 세력화의 한계만 재확인시켜 준 ‘기대 이하 인선’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각 당에서 탈락한 정치 지망생들의 또 하나의 이합집산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안 의원은 여전히 안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새정추가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구인난’이란 세간의 평가를 불식시키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 즉, 현재 신당행을 선언한 전직 의원이나 민주당 출신 인사들보다는 거물급 인사, 신진 인사 수혈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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