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팔낀 아이 쇼크사 막아라” 6시간30분 입체 이송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9일 03시 00분


출혈 심해 반죽기계 해체않고 옮겨
남원→전주→서울… 119 헬기도 동원

7일 오후 9시 40분경 119구급대원들이 전북대병원 헬기장에서 면 반죽기계에 팔이 말려들어 가는 사고를 당한 A 군을 소방헬기로 옮기고 있다. 전주 덕진소방서 제공
7일 오후 9시 40분경 119구급대원들이 전북대병원 헬기장에서 면 반죽기계에 팔이 말려들어 가는 사고를 당한 A 군을 소방헬기로 옮기고 있다. 전주 덕진소방서 제공
7일 오후 4시 23분, 전북 남원소방서에 “A 군(9)의 왼팔이 면 반죽기계에 말려들어 갔다”며 애타게 구조를 요청하는 119신고가 접수됐다. 오모 소방사(25) 등 2명이 10분 만에 사고가 난 공장에 도착했을 때 A 군은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공장 직원 3, 4명은 기계를 해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A 군의 팔이 기계에 깊숙이 말려들어 가 있는 상태여서 기계를 잘못 해체할 경우 A 군이 쇼크사할 우려 등 더 위험해질 수 있었다. 결국 구조대는 A 군의 팔이 낀 기계 부품을 함께 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오 소방사 등은 기계의 일부만 해체한 뒤 오후 5시 반경 A 군과 무게 40kg에 달하는 기계 부품을 구급차에 실었다. A 군은 고통 속에서 신음하면서도 “엄마 아빠 말을 잘 안 들었어요. 잘못했어요”라며 울먹였다.

A 군이 공장 직원인 아빠를 만나러 왔다가 전원이 꺼져 있던 반죽기계 작동 버튼을 누른 게 화근이었다. 구급차로 이송되던 A 군이 “잠이 온다”고 말하자 오 소방사는 긴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잠이 들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계속 말을 걸어 A 군을 깨웠다.

구급차는 65km를 달려 오후 6시 20분 전북 전주시 완산구 Y병원에 도착했다. Y병원 측은 A 군의 상태가 심각하다며 서울로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A 군 이송을 위해 전북도에 소방헬기운항을 요청했으나 당장 운항 가능한 조종사가 1명뿐이었다. 야간 운항 시에 필요한 조종사 2명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경기도에 있는 중앙119구조단 헬기를 요청했다. 중앙119구조단 헬기가 전북대병원에 도착한 것은 오후 9시 36분. 헬기는 210km를 날아 1시간 뒤 서울 보라매공원에 착륙했다. A 군은 구급차로 서울 관악구 B 성형 전문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가 발생한 지 약 9시간이 지난 뒤인 8일 오전 1시부터 2시간 동안 의료진은 소방관의 부품 해체 작업과 동시에 수술을 진행했다. A 군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팔 일부를 절단해야만 했다. 오 소방사는 “아들이 아빠를 도와주려고 스위치를 누르다 이렇게 된 건 아닌지…”라며 “조금 더 서둘렀으면 A 군이 덜 아팠을 텐데 미안하다”며 안타까워했다.

광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광주 지역에서 1, 2달마다 1건 정도 반죽기계 등에 손 팔 등이 끼여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반죽기계 사고#남원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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