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도 러시아도 우습게 본다, H조 한국의 ‘저질 체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0일 03시 00분


“초반에 강하지만 90분 지속 안돼”

홍명보 감독(오른쪽)과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 동아일보DB
홍명보 감독(오른쪽)과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 동아일보DB
“빠르고 움직임이 좋다. 하지만 그만큼 쉽게 지친다.”

한국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 추첨에서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와 함께 H조에 속하면서 ‘괜찮은 조 편성’이란 국내 분위기와 달리 외국의 분석은 한국에 호의적이지 않다. 특히 러시아의 간판 공격수 알렉산드르 코코린(디나모 모스크바)은 8일 스포르-익스프레스 등 러시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해 ‘체력’ 문제를 지적했다. 11월 한국과의 친선경기에서 2-1로 역전승하면서 느낀 점을 얘기한 것이다. 벨기에의 일간지 ‘라 리브르’도 한국에 대해 “강한 힘을 가졌지만 그 힘이 90분간 지속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한국이 7개월 뒤 브라질에서 16강 진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첫 번째 과제가 강철 체력으로 무장하는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쓴 4강 신화를 보좌한 이용수 KBS 해설위원(세종대 교수)은 “객관적인 전력 열세와 현지 날씨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강력한 체력이 기본이 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객관적으로 한국이 H조에서 3, 4위 전력인 데다 조별예선 경기가 열리는 3곳의 기온이 최대 섭씨 25도까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 관리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 위원은 “홍명보 감독이 이번 현지답사에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를 동반한 이유도 그만큼 체력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조 추첨이 끝난 뒤 이케다 코치와 브라질 현지를 미리 돌아보며 선수들의 체력을 어떻게 관리할지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홍 감독이 일본에서 프로생활을 할 때 인연을 맺은 이케다 코치는 지난해 런던 올림픽 때 홍 감독을 도와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하며 한국의 사상 첫 동메달 획득을 도왔다. 이케다 코치의 ‘파워프로그램’은 다음 달 13일 시작되는 전지훈련 때부터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월드컵 본선 직전 유럽파의 체력 관리도 관건이다. 시즌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K리그 선수들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5월 시즌이 끝나는 기성용(선덜랜드)과 이청용(볼턴) 등 유럽파들은 체력이 고갈된 상태다. 이 위원은 “월드컵 직전인 5월 시작되는 전지훈련에서 유럽파들의 체력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선 ‘체력전’에 관해선 즐거운 추억이 있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강팀들을 상대로 이기기 위해선 체력을 앞세운 압박 플레이가 필요하다”며 ‘파워프로그램’을 실시해 이탈리아 등 세계적인 팀을 차례로 무너뜨렸다. 당시에는 ‘저승사자’라 불렸던 라이몬트 페르헤이연 피지컬 트레이너가 선수들의 체력을 업그레이드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2014년 브라질 월드컵#체력#벨기에#러시아#알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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