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해임때와 달리 죄목 일일이 열거… 노동신문 1면 대대적 보도 ‘초강경 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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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장성택 숙청]
‘공포 극대화’ 김정은식 숙청법

9일 북한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을 보도한 것은 북한 역사상 유례없이 강력한 조치다. 장성택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부라는 점에서 장성택에 대한 공개 비판을 자제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을 완전히 깬 파격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이뤄졌던 숙청과 비교해도 차이가 커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한층 강화됐음을 시사한다는 평가가 많다.

북한은 지도부를 해임할 경우에 그 이유를 공개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장성택 숙청 이전에 해임 사실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언급한 경우는 2차례에 불과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이뤄진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의 해임을 들 수 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열고 이영호를 신병(身病)관계로 정치국 상무위 위원, 정치국 위원,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당의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해임 사유를 밝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노동신문 등 다른 매체를 통해 이를 추가로 보도하지도 않았다. 이승호 내각 부총리의 경우에도 사유 없이 해임 사실만을 알렸다.

반면 장성택의 경우에는 A4용지 4쪽, 200자 원고지 16.5장(3300자)에 달하는 분량으로 마약 도박 여자 문제 등 개인적인 비리까지 죄명을 일일이 열거하며 ‘파렴치한’으로 몰아붙였다. 북한 매체는 대대적인 보도에 나섰다. 이날 노동신문은 1면에 같은 내용을 그대로 전했고, 조선중앙TV에서는 정치국 확대회의 도중 장성택이 끌려가는 모습까지 방영했다. 또 장성택을 직무에서 해임하는 동시에 칭호를 박탈하고 당에서 제명시키는 극단적 조치를 취했다. 국내 일각에서는 ‘이미 장성택이 처형됐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안보당국이 확인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 숙청과 관련해 ‘일당’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영호 등 최근에 숙청된 인사들은 개인 비리나 신상의 이유 등에 국한됐다.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는 수차례 ‘장성택 일당’이라고 명명한 뒤 이들에 대해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라고 비난했다.

정치국 회의를 통해 당의 인사를 결정하는 것은 김정은 집권 이후 나타난 새로운 행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영호 숙청 당시에는 정치국 상무위원, 위원, 후보위원들이 참석했다. 이번 확대회의의 경우 김정은이 직접 주재하고 도당위원회, 무력기관 간부들까지 자리를 함께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사건은 북한 현대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으로 장성택 이외에도 유례없는 숙청 작업과 공포정치가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장성택 숙청#김정은#북한#이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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