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공연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룹 JYJ의 김준수(26). 최고의 아이돌 스타였던 김준수에게 뮤지컬 무대는 낯설기만 했다. 게다가 그를 보는 시선은 한없이 차가웠다. “아이돌 가수가 할 수 있겠어?” “출연료는 왜 이렇게 비싸?” “건방진 친구라던데” 등 선입견과의 싸움이 계속됐다.
그런 말이 들릴 때마다 김준수는 연습장을 찾았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차근차근 배웠다. 성실함을 인정받을 때쯤 관객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어느새 뮤지컬계의 슈퍼스타가 됐다. 그렇지만 그는 “아직도 배울 게 많다”며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늘 자신을 낮추는 김준수의 재능은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리는 창작 뮤지컬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이하 ‘디셈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디셈버’는 가수 김광석의 노래 24곡에 사랑 이야기를 더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그는 운명을 믿는 로맨티시스트 지욱 역을 맡아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캐릭터를 그려낸다.
“김광석 선배님의 노래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회잖아요. 꼭 출연하고 싶었어요. 선배님의 아름다운 노래를 젊은 세대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제가 세대를 연결하는 메신저가 된다는 것도 매력적이죠.”
김준수에게 이번 작품은 큰 도전이다.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 ‘노래’ 중심이었던 전작들보다 ‘연기’가 강조된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장진 감독이 연출을 맡은 만큼 연극적인 요소가 많다. 또 대사 곳곳에 유머 코드가 녹아 있다. 연기력이 떨어지면 이런 섬세한 부분을 살릴 수 없다.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웠던 김준수로서는 연습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는 “하루에 8시간씩, 두 달 넘게 연습장에 머물렀다”며 “미친 듯이 노래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대사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또 말로 사람의 감성을 전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개막이 다가오면서 악몽을 꿀 정도예요. 연습만이 살길이죠. 물론 힘든 점도 있지만 이 무대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씩씩하게 해내야죠.”
2004년 가수로 데뷔한 김준수는 이달 26일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지난 10년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는 “할아버지가 되더라도 지난 10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가장 행복하면서도 불행했던 시간 같아요. 평생 잊을 수 없는 시간이죠. 좋든 싫든 가장 생각나는 시간으로 남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10년 후의 김준수는 어떤 모습일까. 이미 많은 것을 이룬 그의 목표가 궁금했다.
“가수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제가 가수 활동을 하는 이유는 팬들을 위해서예요. 그들이 있었기에 ‘가수 김준수’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거든요. 팬들이 원할 때까지만 가수 생활을 하려고 해요. 그 대신 뮤지컬은 오래도록 하고 싶어요. 이제 4년차 배우라 많이 부족해요. 제가 채워 가야 할 것이 많이 있죠. 무대에서 행복을 전하는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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