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바마와 쿠바 카스트로 악수, 미국에서 엄청난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1일 14시 46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추모식에서 같은 조문객으로 참석한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악수한 것에 대해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반발하는 등 큰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의 악수는 추모식이 열린 요하네스버그 FNB 경기장에서 이뤄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헌사를 하려고 연단으로 가던 중 맨 앞줄에 서 있던 카스트로 의장과 손을 잡으며 몇 마디를 대화를 나눴다. 이 광경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물론 TV를 통해 전 세계인이 지켜봤다.

백악관은 "계획된 행동은 아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적성국가 지도자와 악수를 하며 안부의 말을 한 오바마 대통령의 처신이 부적절했다며 공격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전체주의 체제의 독재정권을 받쳐줄 선전거리만 제공했다"며 "미국인을 계속 교도소에 가두는 사람과 악수한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미국인 앨런 그로스가 4년째 쿠바 감옥에 갇혀 있는 점을 들어 오바마의 행동을 비난한 것.

쿠바계 공화당 상원의원인 마르코 루비오는 "오바마 대통령은 만델라 전 대통령의 정신조차 부정되고 있는 쿠바의 기본적인 자유에 관해 카스트로 의장에게 물어봤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 제임스 인호프 역시 "부적절했다"고 오바마 대통령의 악수를 문제 삼았다.

반면 민주당의 칼 레빈 상원 군사위원장은 "두 사람의 악수를 지나치게 확대하여 해석할 이유가 없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이웃한 두 나라는 반세기 넘게 반목해 왔으며 양국 정상이 악수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피델 카스트로 전 대통령이 2000년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오찬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만나 악수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첫 집권 초기 쿠바와 적대적 관계를 완화하기 위한 일부 조처를 하는 등 화해 분위기로 들어섰다. 하지만 2009년 12월 위성통신 장비를 불법으로 배포했다는 이유로 앞서 매케인 의원이 상기한 그로스를 체포해 15년 형을 선고하면서 다시 경직됐다.
미국은 52년째 쿠바에 대한 금수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다시 변화의 조짐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8일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민주당 모금 행사에서 "미국의 대 쿠바정책을 바꿔야 할 때"라고 한 것.

오바마 대통령의 그 발언과 이번 '악수'를 연결해 미국의 대 쿠바 정책 변화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향후 대 쿠바 정책의 변화를 점쳤다.
하지만 쿠바 전문가인 필립 피터스는 USA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악수와 미국의 대 쿠바 정책 변화를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 사건을 비중있게 다뤘다. USA 투데이는 인터넷판 제목을 '오바마 카스트로 악수, 전세계에 충격'이라고 달았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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