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전격 숙청한 이후 이른바 ‘장성택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 숙청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 않는다. 장성택 최측근들의 추가 처형설 및 망명설과 함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부인 이설주까지도 ‘숙청 리스트’에 올랐다는 풍문이 도는 등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운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 “장성택 관련자들 귀국 조치 후 조사 중”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11일 장성택의 측근인 이수용 전 주스위스 대사가 처형됐다고 보도했다. 합영투자위원장을 지낸 이 전 대사는 스위스에 있을 당시 이철이라는 가명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을 주무르며 ‘금고지기’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수용이 관리하던 비자금 규모는 약 40억 달러(약 4조2020억 원)”라며 “그가 비밀 자금을 놓고 김정은과 대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복수의 대북소식통은 “처형설은 신빙성이 낮다”고 했다. 이수용은 8일 장성택의 제명과 출당 등을 결정한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한 모습이 노동신문 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장성택 밑에서 비자금 관리업무를 했거나 해외사업을 했던 인사들은 ‘숙청 대상 1순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이날 중국소식통을 인용해 “장성택과 관련된 사람들이 전부 귀국 조치됐고 당 차원에서 전면적인 검열과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장성택의 측근으로 이미 처형된) 장수길이 있던 행정부 내 54국이 월권을 했고 여기서 주도한 이권사업 중 ‘해당화’라는 해외 북한식당들의 비리가 실각 사태의 원인”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김정은의 이복누이인 김설송과 숨은 실세로 알려진 김설송의 남편 신복남이 숙청을 지휘했다”고 말했다. 한 대북소식통도 “장성택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 대부분이 조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장성택에 대해 성토하는 내용의 ‘반영문’(일종의 소감문)을 쓰게 하는 등 숙청을 정당화하기 위한 사상교육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북한 핵개발과 비자금 핵심정보 유출?
한국 정보당국이 1차적으로 주목하는 ‘장성택 라인’의 핵심은 이수용 전 대사와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등이다. 지 대사의 경우 곧 평양으로 소환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아직까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11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주최한 신년 리셉션에 참석했다. “박봉주 내각총리와 마찬가지로 숙청의 칼날을 피했다”는 분석과 함께 “아직은 더 지켜볼 상황”이라는 분석이 엇갈린다.
연쇄 숙청의 칼부림을 피하기 위한 측근 망명설도 정보당국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부분이다. 중국에서 망명을 시도 중인 고위급 인사가 핵개발 관련 핵심 문서는 물론이고 비자금 정보도 갖고 있고, 제2경제위원회(군수경제 담당)와 제3경제위원회(김 씨 일가의 비자금 담당)까지 관장한 인물이란 구체적 첩보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핵심 당국자는 “현재까지는 정말 아무것도 확인된 게 없다”며 “사실이라면 은밀하고 신중하게 진행해야 할 특급 작전인데 관련 첩보가 흘러나온다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하다”고 말했다.
최근 근황이 확인되지 않는 인사들 중에는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도 국내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설주는 10월 15일 러시아 21세기 관현악단 공연에 참석한 것을 마지막으로 약 2개월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11일 일각에서는 ‘이설주도 장성택 라인이고 이들의 각별한 관계가 이번 숙청의 한 원인’이라는 풍문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장성택이 이설주가 활동했던 은하수관현악단의 단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등 사생활이 난잡했다는 설과 맞닿아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장성택의 범죄를 나열하면서 “여러 여성과 부당한 관계를 가졌다”고 언급한 바 있다. 8월 음란물 제작 혐의 등으로 처형된 은하수 관현악단 단원들은 모두 기관총으로 난사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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