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전격 처형된 장성택의 측근들이 대중(對中) 광물 수출 과정에서 4억 달러(약 4200억 원) 상당의 자금을 빼돌렸고, 장성택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나선특구의 임차료 인하와 개발권 등을 중국에 배상 차원에서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에 대한 판결문에서 ‘나선특구 땅을 50년간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행위’를 죄목으로 적시한 것이 단순히 특구 개발 자체가 아닌 ‘이면 거래’를 문제 삼았음을 시사하는 셈이다.
북-중 간 경제협력에 정통한 한 대북소식통은 15일 “북한이 나선특구에서의 매국행위를 거론한 것은 장성택 라인들의 부정부패와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물밑거래 시도였다”며 이렇게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광물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승리무역회사의 관계자들은 중국에서 대금을 미리 받은 뒤 약속한 석탄 등을 제때 공급하지 않는 식으로 4억 달러에 이르는 손해를 중국에 입혔다. 이 대금은 개인 뒷돈으로 챙기거나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중국은 이와 관련해 북측에 강하게 항의했고 관련 내용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12일 처형 판결보도문에서 “(장성택이) 석탄을 비롯한 귀중한 지하자원을 망탕 팔아먹도록 하고 심복들이 거간꾼들에게 속아 많은 빚을 지게 만들었다”고 지적한 것은 이와 관련된 내용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광물 수출량을 늘렸는데도 국제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한 상태였다. 석탄 수출량의 경우 2011년 1117만 t에서 지난해 1187만 t, 올해(1∼9월) 1211만 t으로 늘어났다. 반면 수출금액은 같은 기간 14억6000만 달러→14억5000만 달러→12억5000만 달러로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4억 달러의 빚은 한 해 전체 석탄 수출대금의 3분의 1에 이르는 금액인 셈이다.
장성택의 최측근으로 비리 혐의가 포착돼 최근 처형된 장수길 노동당 행정부 부부장이 문제의 승리무역회사 운영에 깊이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소식통은 “장수길이 몇 년간 중국에서 활동하며 진 빚이 4억 달러 정도 된다고 알고 있다”며 “이 빚이 장성택 측근들이 빼돌린 4억 달러와 같은 돈인지, 아니면 별도의 자금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문제가 커지자 장성택은 나선특구의 개발 관련 협상에서 일부 이권을 중국에 넘기는 식으로 손해를 메워 주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가 나선특구 내 50년간 토지 사용 임차료를 깎거나 아예 안 받는 식으로 제안했던 것으로 안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편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15일 CNN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파리드 자카리아 GPS’에 출연해 “중국에 북한은 ‘깡통에 담긴 개 사료(a can of dog food)’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이어 “선반에 놔둔 채 깡통을 뜯지 않으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지만 깡통을 뜯는 순간 그 사료는 곧 상한다”고 일갈했다. 장성택 처형이 중국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안보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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