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자신과 타인에게 엄격한 엘리트 회사원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 그는 6년 전 아들을 출산한 병원에서 급한 연락을 받는다. 출생 직후 병원의 실수로 아이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료타는 그동안 그의 생물학적 아들을 키워온 부모와 만나 아이를 바꾼다. 이때부터 료타는 핏줄(친아들)과 함께한 시간(기른 아들) 사이에서 갈등한다.
19일 개봉하는 일본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TV 드라마에서 익히 봤던 소재를 다룬다. 하지만 영화는 이 소재를 TV 드라마처럼 자극적인 설정으로 다루지 않는 미덕이 있다.
집에 데려온 친아들은 자라온 집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 평소 혈통을 중시해온 료타도 친아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명분에 충실하려 하지만 마음으로는 기른 아들을 더 그리워한다. 그동안 해왔던 대로 친아들에게 엄격하게 대하던 료타는 아이와 사이가 좁혀지지 않자 삶의 방식에 의문을 품는다.
영화는 료타가 스스로와 세상에 닫혀 있던 굳은 마음을 풀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친아들을 키워준 부모는 엘리트인 료타와 달리 전파상을 운영하는 소시민이다. 료타는 어쩔 수 없이 이들과 친해지면서 스스로의 벽을 허물어 간다. 자신의 노(老)부모를 찾아가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지나온 생을 돌아본다.
료타가 친아들에게 “이제부터 아빠라고 불러라”라고 말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료타는 아들이 “왜요?”라고 되묻자 대답할 수가 없다. ‘유전자를 물려줬다는 것만으로 아버지가 되는 걸까?’ ‘아버지와 부모가 된다는 의미는 뭘까?’ 같은 질문이 관객석으로 날아든다.
‘걸어도 걸어도’(2008년) ‘공기인형’(2009년) 등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꼽히는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에도 미시적 이야기 속에 거시적 메시지를 담는 특유의 솜씨를 발휘한다. 이 영화로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황금종려상, 심사위원대상에 이어 작품상 중 3등에 해당하는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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