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65m 애기봉 정상에 세워지는 애기봉 등탑은 1971년 박정희 정부 때 처음 만들어졌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종교 행사의 일환으로 실시됐지만 등탑의 불빛이 20∼30km 떨어진 개성시내에서도 보일 만큼 화려해 대북심리전 수단으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6월 제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선전 활동을 중지하고 선전 수단을 제거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애기봉 등탑은 철거됐다. 하지만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이 잇달아 발생하자 그해 이명박 정부는 심리전 차원에서 애기봉 등탑의 불을 다시 밝혔다. 2011년 김정일 사망 때는 건너뛰었다가 지난해에는 대통령 선거 직후인 12월 22일부터 열흘 동안 점등을 했다.
국방부는 이번 점등 불허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어수선한 상황을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3차 핵실험, 개성공단 폐쇄 논란, 장성택 숙청 등 올 한 해 내내 남북 사이에 일촉즉발의 긴장이 이어진 상황에서 굳이 북한을 자극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군 당국이 애기봉 등탑 설치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고 위협해 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