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터처블 北… “中도 김정은 통제 못하는 상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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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관계자 “北 고립-불안정 심화”

북한이 ‘언터처블(누구의 손에도 닿지 않는)’한 상황으로 국제사회와 더 멀어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불량국가’인 기존 국가 이미지에 고모부를 사형시키는 29세 지도자의 폭군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북한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더 싸늘해지고 있다.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핵무기로 국제사회를 협박하는 유일한 국가가 된 북한은 세계적인 골칫거리다.

중국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공포정치’를 불편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 외에는 손 쓸 방법이 없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이 대화의 장으로 북한을 끌어당기려는 순간 북한은 이에 반발해 (장성택 숙청으로) 오히려 중국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려고 시도한 것”이라며 “북한 체제 안정성이 중요한 중국으로서는 아주 달갑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고위관계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나이 어리고 천방지축인 김정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이번 공포정치로 더 커졌을 것”이라며 “지금 중국은 북한 내정에 간섭하려고 하지 않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당장 북-중 정상이 만날 가능성도 적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모두 예측할 수 없는 김정은의 선택과 북한 내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북한이 펄펄 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도 중국도 김정은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설조직 신설을 지시한 것도 북한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한 도발 △남북대화 및 6자회담 유화 제스처 △급변사태 등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금은 예단하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중국은 아직 북한의 급변사태를 상정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중국에 이해를 구할 경우 품고 가려 하겠지만 핵 포기 압박으로 돌아선 추세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29세 폭군에 北 펄펄 끓어”… 美-中 ‘金 충동적 리더십’ 경계 ▼

북한과 국제사회의 간극을 좁혀 ‘정상국가’로 만들겠다는 청와대의 구상은 헝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김정은이 유화적으로 나오더라도 결국 핵에 집착할 가능성이 커졌고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내심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 中, 냉정과 분개 사이

“겉보기에는 냉정한 듯하나 속으로는 당혹하고 분개하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18일 장성택 숙청 이후 중국 정부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북한에 이번 장성택 숙청과 관련해 사람을 파견해 설명해 달라고 거듭 요구했으나 북한은 갖은 핑계로 거부하고 있다”며 “양국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전 통보하는 관행이 있었으나 이번에 이 관행이 무시됐다”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과는 적극적으로 관련 사항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 소식통은 “북한이 장성택 숙청을 발표한 직후부터 미중 양국의 핫라인이 가동되고 있다”며 “양국은 북한 정세의 안정, 북한 핵 문제 등 폭넓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15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한반도 현안을 전화로 논의한 사실이 공개됐다. 13일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북한 내부의 일”이라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 것은 대외용일 뿐이다.

다만 장성택 숙청이 북-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상황이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적극적인 판단을 하고 있지 않다.

북-중 관계에 미칠 영향은 의견이 엇갈린다.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각에서는 장성택이 친중파로서 중국이 신뢰하는 거의 유일한 대북 대화 창구라는 말도 있지만 북한에는 근본적으로 친중파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장성택 숙청으로 북한이 개혁에 대한 외부의 마지막 기대마저 저버리면 베이징은 어쩔 수 없이 대북 정책을 재평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도부나 학자들에 비해 일반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여론은 더 악화됐다. 인터넷마다 ‘조카가 고모부를 살해한 패륜’ ‘잔혹한 숙청방식’ 등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로 뜨겁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 장성택 숙청과 관련한 성토의 글이 넘쳐난다. 베이징 택시운전사들은 “문화대혁명 때도 이런 패륜은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굶주린 개떼로 하여금 장성택을 산 채로 뜯어먹게 했다는 소름끼치는 유언비어도 돌고 있다.

○ 美, 불안한 북한 체제에 주목

미국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2011년 12월 19일 김정일 사망 때만큼 북한 체제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3대 세습 지도자인 김정은이 포악하고 예측 불가능한 인물임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17일 “미국은 이전부터 김정은이 충동적인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파악해 왔으며 장성택 사형은 이를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국무장관은 김정은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비유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보좌하면서 북한 국내정치와 외교를 몸으로 익힌 노련한 정치인 장성택이 제거됨에 따라 이제 누구도 김정은의 ‘충동적 리더십’에서 나오는 오판을 제어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친중파 장성택이 제거돼 소통 창구가 차단됐다는 점도 미국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 내 대다수 북한 전문가들은 장성택 사형으로 북한 엘리트들의 응집력이 강화되기보다는 오히려 이완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북한 체제가 단순한 불안정 상태를 지나 급변사태로 치달을 가능성을 내포한 것들이다.

이에 따라 북한 체제가 안정을 찾고 ‘비핵화 사전조치’ 등 국제사회의 요구를 수용하기 전까지 미국이 6자회담 등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미국은 이란이 핵 포기를 선언하고 대화에 나선 이유가 강력한 제재에 있다고 보고 북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베이징=이헌진 /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북한#김정은#중국#미국#장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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