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TV를 시청하지 않을 때 시커먼 화면 대신 명화(名畵)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갤러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최근 시장에 내놓았다. TV를 설정하면 고화질의 영상을, ‘갤러리 모드’를 선택하면 빈센트 반 고흐, 오귀스트 르누아르 같은 거장의 작품이나 미리 찍어놓은 사진을 보여주도록 한 새로운 콘셉트다.
이 TV는 9월 독일 가전전시회 IFA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 현지 전문가와 관람객들로부터 “가전업체들의 기존 화질, 베젤(테두리) 경쟁을 뛰어넘은 새로운 차원의 TV”라는 호평을 받았다.
갤러리 OLED TV 개발에 참여한 LG전자 TV상품기획팀의 김영민 부장(44), 김현석 차장(39), 송시은 대리(32)를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트윈타워에서 만났다. 그들은 “평소 그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갤러리 OLED TV를 개발하며 안목을 넓히다 보니 어느새 미술관을 찾는 새 취미가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
갤러리 OLED TV의 개념부터 출시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한 김 부장은 그림 선정이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유명한 그림이라고 모두 TV에 넣을 수 없었다. 비싼 로열티가 문제가 아니라 세계 남녀노소가 다 보는 TV에는 종교색이 짙은 그림이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누드화는 넣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격론 끝에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등은 포기했다.
55인치 TV 크기에 적합하고, 화질이 뛰어난 OLED TV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그림을 고르는 것도 중요했다. 시장조사와 내부의 치열한 논쟁 끝에 결국 폴 고갱의 ‘아레아레아’, 르누아르의 ‘물랭 드 갈레트’, 구스타프 클림트의 ‘꽃이 있는 농장정원’ 등 10점을 선정했다.
액자 속의 명화와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디자인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소비자들의 거실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프레임을 놓고도 원목부터 금속 재질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김 차장은 “아파트 주거문화가 일반적인 국내에서는 고전적인 것보다 단정하고 현대적인 스타일이 더 맞을 것이라고 판단해 금속 프레임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갤러리 OLED TV의 또 다른 특징은 대형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고출력 사운드다. 이 TV의 스피커는 액자 뒷부분의 합판처럼 프레임을 꽉 채우는 얇은 평면으로 돼있어 앞에서 보면 화면을 감싸는 형태다. 송 대리는 “기존 TV 스피커는 주로 화면 밑이나 뒤에 있었는데 갤러리 OLED TV는 화면 전체에서 소리가 나 음향이 크게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했다.
스피커 때문에 디자인팀과 기술팀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고출력 스피커를 넣으려면 어느 정도 공간이 필요한데 디자인팀은 ‘고출력에도 슬림한 디자인’을 고집했던 것이다. 송 대리는 “결과적으로는 얇은 두께에 홈시어터 못지않은 사운드를 내는 제품이 나왔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3명의 개발자들은 “갤러리 OLED TV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사진이나 그림을 언제든 업데이트해 개인 갤러리로 쓸 수 있어 매력적”이라며 “갤러리 OLED TV로 TV 명가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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