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심 차게 장기 비전으로 발표한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은 산업 생태계 조성과 세계 시장 경쟁력 확보로 요약된다.
약 2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한국형 발사체(KSLV-2) 개발이 끝이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우주기술 경쟁력까지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시장 규모로는 양산 체제를 갖추기도 어렵고 산업화로도 이어지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할 때 설계 단계부터 단가를 절약하기 위한 기술적 어려움을 넘어서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사업 분야를 맡은 박균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사업운영팀장은 “한국형 발사체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이미 시작됐다”며 “우선 1단 엔진과 2단 엔진의 추진제 탱크 규격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탱크 외에도 로켓 안에서 표준화할 수 있는 부품을 찾아 같은 규격으로 만들어 설계에 반영할 예정이다. 규격화가 이뤄지면 대량 양산 체제를 갖출 수 있기 때문에 부품 생산 단가가 내려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아 ‘경쟁력을 갖춘’ 발사체 개발은 지난한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팀장은 “아직 기술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단가 절약을 고민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예를 들어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사의 팰컨9 로켓은 추진제가 들어가는 탱크의 규격이 모두 같아 제조단가를 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설계 중인 한국형 발사체의 1단, 2단, 3단 로켓의 추진제 탱크의 규격은 모두 다르다.
박 팀장은 “탱크마다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시험 발사에 성공하기도 전에 양산화를 위해 무작정 규격을 통일하기 어렵다는 게 고민”이라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한국형 발사체 예비설계 단계부터 산업체가 참여하고 있고 국내 산업체가 독일, 우크라이나, 프랑스 등 관련 기업에서 탱크 제작 공정 기술, 시험설비 설계 기술 등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경제성 논리에 민감한 산업체의 참여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한국형 발사체의 가격 경쟁력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영민 항우연 추진시험평가팀장은 “국제협력을 통해 국내 산업체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해외 선진 기술이 국내 산업체로 확산되면서 형성되는 기초 기술 인프라는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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