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출신인 데니스 로드먼(52)이 19일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향했다. 로드먼은 이번이 3번째 방북으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이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만날 첫 번째 외국 인사여서 주목된다. 로드먼은 2월과 9월에도 평양을 방문했다.
로드먼은 이날 오후 2시 5분 베이징(北京)발 평양행 고려항공을 타기 위해 낮 12시경 일행 4, 5명과 함께 서우두(首都)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는 “김정은과 만나 무엇을 할 계획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내가 (북한에) 돌아오기를 원하고 있다. 나는 그와 세계에 도움이 되는 좋은 대화를 나누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이 “김정은의 고모부(장성택)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것인가”라고 묻자 “나는 그 사람(장성택)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로드먼은 “김정은을 여전히 좋은 친구로 여기느냐”는 물음에 “나는 아직까지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로드먼은 이날부터 23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평양에 머물면서 북한 농구팀을 지도할 계획이다. 그는 내년 1월 6일 다시 평양에 들어가 이틀 뒤인 8일 김정은 생일에 맞춰 미국 농구팀과 북한 농구팀 간 친선 경기를 주재할 예정이다.
이번 방북 후원 업체인 온라인 도박업체 ‘패디파워’ 측에 따르면 내년 1월 친선 경기는 ‘빅뱅 인 평양(Big Bang in Pyungyang)’으로 불리게 된다. 미국에서는 NBA 은퇴 선수들이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 행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로드먼의 방북에 대해 “개인적 차원의 방북”이라고 평가절하하며 연이은 방북 자체에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고 있다.
하지만 비공개적으로는 상당히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는 주장도 나온다.
로드먼 방북단 관계자는 9월 2차 방북단이 돌아온 뒤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다수의 행정부 인사들을 접촉해 방북 결과를 설명했고 이들은 ‘민간 차원의 접촉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치적 무게감이 없는 로드먼이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과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미 행정부 입장에서는 ‘잃을 것이 없다’는 기대감을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로드먼의 과거 방북 일정을 컨설팅한 것으로 알려진 국제위기감시기구의 대니얼 핑스턴 선임연구원은 올해 초 영국 가디언지 기고문을 통해 구체적인 로드먼의 농구 외교 전략을 제안한 바 있다. 그는 “NBA 은퇴 선수들을 고문으로 위촉한 뒤 ‘농구개발재단’을 발족시키고 북한 선수들을 시드니 밴쿠버 홍콩 등지로 초청해 친선 경기를 개최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북한 인민군과 한반도 관련국 군인들이 친선 경기를 하고, 미 NBA 선수들과 북한 대표팀이 한데 섞여 경기를 펼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유럽계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평양음악무용대학에서 수차례 강연한 바 있는 독일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 지휘자 알렉산더 리브라이히는 본보와의 전화에서 “겉이 경직돼 있고 억압돼 있을수록 내면에는 순수함이, 소통에 대한 갈망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면서 지속적인 민간 교류의 영향력이 상당함을 시사했다.
그러나 로드먼의 방북이 북-미 간 화해 교류 물꼬를 튼다기보다는 김정은 정권의 선전전에 활용되고 북한의 돈주머니만 채워주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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