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응답하라 1994’ 나정의 신랑감, 스펙 비교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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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칠봉, 연봉 16억… 레지던트 쓰레기는 1900만원

여주인공 성나정 역의 고아라.
여주인공 성나정 역의 고아라.
쓰레기냐, 칠봉이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여주인공인 성나정(고아라)의 남편 찾기는 요즘 대중문화계 최고의 관심사다. 시청자들은 온라인에서 ‘쓰레기파’와 ‘칠봉이파’로 나뉘어 나정과의 결합을 응원한다.

제작진은 첫 회부터 하숙집 딸인 나정의 남편이 1994년의 하숙집 친구들―쓰레기(정우), 칠봉(유연석), 삼천포(김성균), 해태(손호준), 빙그레(바로)―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암시했다. 19회 방송을 앞둔 21일 현재 최종 후보는 쓰레기와 칠봉이로 좁혀진 상태다. 나정의 남편은 마지막 회인 21회에 공개된다.

그런데 드라마 속 상황이 현실이라면 나정은 누구와 결혼하는 게 좋을까. 쓰레기와 칠봉의 스펙을 ‘정색하고’ 분석해 봤다. 스펙은 더 나은 배우자감을 만드는 수많은 요인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지만 겉으로 드러나 있어 비교가 쉽다는 점을 감안해 기준으로 삼아봤다.
쓰레기 vs 칠봉, 누가 더 잘났나

쓰레기와 칠봉이는 평범한 여성들에겐 백마 탄 왕자님이다. 잘생긴 외모에 남다른 능력과 훌륭한 성품까지 두루 갖췄다. 나정과 어린 시절부터 오누이처럼 지내온 쓰레기는 연세대 의대 재학 중 한 번도 수석을 놓치지 않은 천재다. 선후배와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운동도 잘한다.

서울 남자 칠봉이는 대학 재학 중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투수로 입단한 스포츠 스타다. 데뷔 첫해에 18승을 올리고 센트럴리그 신인왕까지 거머쥐었다. 부모가 이혼했지만 경제적으로는 친구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풍족하다. 그는 나정이만 바라보면서도 결코 추근거리지 않는, ‘젠틀’한 순정파다.

다만 1990년대 후반엔 두 사람의 수입 차이는 크다. 당시 언론 기사를 근거로 추정한 대학병원 레지던트인 쓰레기의 연봉은 약 1900만 원이다.(전국전공의 협의회 1996년 자료) 반면에 일본에서 활동하는 칠봉이의 연봉은 20억 원에 가깝다. 1990년대 국내 프로구단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일본으로 진출한 칠봉이의 몸값은 고 조성민 선수의 경우를 참고했다. 1996년 고려대 재학 시절 요미우리에 입단한 조 선수가 계약금과 연봉을 합해 받은 금액이 약 16억2000만 원이었다.

이 같은 스펙을 바탕으로 결혼정보회사 선우에 의뢰해 결혼 시장에서 두 사람의 가치(배우자지수)를 분석했다. 그 결과 1996년을 기준으로 칠봉이의 스펙은 특A급, 쓰레기는 A∼B+급으로 나왔다. 칠봉이의 승리다. 이웅진 선우 대표는 “칠봉이의 배우자지수는 100점 만점에 93점, 쓰레기는 87점이다. 칠봉이는 소득(100점)과 가정환경(97점)에서 쓰레기를 크게 앞섰다”고 설명했다. 29∼33세 일반 남성의 평균 점수는 70점 정도다.


20대 초혼은 칠봉이, 40대 재혼은 쓰레기?


두 사람의 몸값은 2013년에 이르면 달라진다. 44세인 쓰레기는 의사로 자리 잡은 반면, 칠봉은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의대 수석인 쓰레기가 택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모교 의대 교수다. 그리고 쓰레기가 지금의 성적을 유지한다면 그 꿈을 이뤘을 가능성이 높다(극 중 쓰레기의 직장이 서울 도곡동에 있는 곳으로 나오는데 일부 팬들은 강남 세브란스병원이 아니냐고 해석한다). 극 중 종양내과 혹은 소화기내과를 전공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는 2013년 현재 세브란스병원의 조교수 혹은 부교수로 재직할 확률이 높다. 현재 세브란스병원 내과의 교수 연봉은 1억∼2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1990년대부터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개업의의 길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성형외과 의사가 됐을 경우를 가정하면 연 수입은 약 9300만 원이다(한국고용정보원 2010∼2011년 통계).

반면에 선수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될 칠봉이의 연봉은 프로야구 코치가 되느냐, 감독이 되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선동열 기아 타이거즈 감독처럼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선 감독은 2004년 억대 연봉을 받고 삼성 라이온즈 코치로 입단했다. 이후 그는 감독을 맡으면서 5년간 27억 원을 받았다. 연봉으로 치면 5억4000만 원이다. 그러나 프로야구 코치가 되면 연봉은 6000만 원 정도로 크게 줄어든다.

이를 바탕으로 배우자지수를 계산하면 쓰레기의 승리다. 선우의 이 대표는 “쓰레기는 연봉이 오르면서 95점으로 상승한 반면에 칠봉이는 소득이 줄면서 89점으로 낮아졌다”면서 “특히 40대에 들어선 경우 결혼시장에서 부모의 배경은 고려하지 않는 탓에 칠봉이의 점수가 더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종합하면 나정과의 초혼에서는 칠봉이가 우위에 있지만 나정이가 40대에 접어들어 재혼 상대를 고를 경우 쓰레기가 더 유리하다.

그러나 쓰레기나 칠봉이 모두 나정이로서는 손해 보지 않는 결혼 상대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이명길 연애코치는 “한국의 결혼 시장은 일반 남자 위에 일반 여자, 그 위에 예쁜 여자가 있으며 최종 포식자는 능력남”이라면서 “나정은 예쁘고 착한 데다 똑똑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쓰레기나 칠봉이에게 밀리는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나정은 누구와 결혼해야 할까

결혼시장에서의 냉정한 평가와는 별개로 나정이의 배우자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더 많이 받는 쪽은 쓰레기다. tvN이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청자들은 6 대 4의 비율로 나정-쓰레기 커플을 더 응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안미현 CJ E&M 홍보팀 차장은 “여자들은 쓰레기와 칠봉이를 응원하는 비율이 비슷하고, 남자들의 경우 압도적으로 쓰레기를 지지한다”고 전했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 쓰레기는 극 초반부터 담백한 매력이 부각되며 다수의 지지를 받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여자 마음을 잘 아는 섬세한 서울 남자 칠봉이를 응원하는 여성 팬들이 늘었다. 실제로 안 차장은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을 보면 극 중반부터 여성으로 짐작되는 칠봉이 지지자가 증가한 게 눈에 띈다”고 덧붙였다.

나정의 배우자 선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본에 있는 칠봉이가 반전을 노리기엔 나정이와 쓰레기의 관계가 너무 깊어졌다”며 “나정이도 전작인 ‘응답하라 1997’의 주인공처럼 첫사랑과 이뤄지며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평론가이자 심리학자인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도 “이 드라마가 대중에게 심리적 위안을 주는 이유는 첫사랑, 첫 입맞춤의 설렘 같은 첫 경험을 다뤘기 때문”이라면서 “‘처음’의 상징을 살리기 위해 결말에서 첫사랑과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에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드라마가 여운을 남기기 위해서는 반전이 필요하다”며 “시대적 배경을 1994년으로 정한 건 애달픈 스토리를 위한 것인데 뻔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과거를 배경으로 한 이유가 없어진다”고 분석했다. 김선영 드라마평론가도 “인물의 성장 측면에서 볼 때는 쓰레기와 이뤄지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야 한다”면서 “나정과 쓰레기는 남매의 유사 근친적인 설정인데 가족의 세계에 의존하던 여자가 독립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쓰레기와 이뤄지면 안 된다”고 했다.

누구와 연결되든 결혼 후에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쓰레기는 여자의 심리에 무심한 전형적인 한국 남자 스타일로 한창 연애할 때야 좋지만 결혼 후 생활에 치이면 싸움이 잦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칠봉이 같은 남자는 사랑과 삼각관계 경쟁에 따른 집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서 “후자일 경우 나정과 사랑이 이뤄지더라도 결혼이라는 현실에 처하면 3년 이상 짝사랑한 것에 대한 배신감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응답하라 시리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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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관련 콘텐츠를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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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같은 방송사에서 지난해 7∼9월에 방송된 ‘응답하라 1997’의 속편이다. ‘…1997’은 부산에 사는 고교생들의 일상과 풋사랑을 흥미롭게 그려내 최고 시청률 9.4%(TNms코리아 집계)를 기록했다. 특히 1990년 후반 당시 유행했던 H.O.T.와 젝스키스의 노래와 소품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이 드라마의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1994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먼저 기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팬덤(fandom·팬 집단과 그 문화)을 다루기에는 H.O.T.와 젝스키스가 활동한 시기가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1997’을 앞서 제작했다.

‘…1994’는 다양한 지방 출신의 대학생들이 신촌의 한 하숙집에서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사랑과 웃음을 다루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과 이 시기 연예인 못지않게 인기를 끈 농구스타 이상민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자주 등장한다. 드라마 제목의 ‘응답하라’는 “응답하라, 90년대 세대들이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구가인 comedy9@donga.com·최혜령 기자
#응답하라#칠봉#나정#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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