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목숨은 초로(草露)와 같고/이씨조선 오백년 양양하도다/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아아 이슬같이 기꺼이 죽으리이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사진)은 21일 저녁 서울 모처에서 국정원 간부들과 송년회를 하면서 이 노래를 다함께 여러 차례 불렀다고 한다. 국정원 내에서 이 노래의 제목은 ‘독립군가’로 알려져 있다. 한 정부 소식통은 “중국 당대(唐代) 시선(詩仙) 이백(李白)의 양양가(襄陽歌)가 조선시대에 개사됐는데 나중에 곡(曲)을 붙여 일제강점 전에는 대한제국의 군가로, 강점 후에는 독립군가로 불렸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6·25전쟁 때도 ‘이씨조선 오백년’을 ‘조국의 앞날은’으로 바꿔 전장에서 군가로 불렸다”고 덧붙였다. 이 노래가 남 원장의 대표적 애창곡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정원 간부들도 따라서 즐겨 부르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남 원장이 주재한 간부 송년회는 한 해의 회포를 푸는 모임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결의대회 같은 비장한 분위기였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이 전했다. 한 관계자는 “북한 장성택의 전격 처형 이후 김정은 체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북한의 대남도발 위협 증대 등 남북관계의 긴장도 높아지는 만큼 송년회도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와 ‘남북통일에 대한 기여’를 다짐하는 자리가 됐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특히 독립군가 중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아아 이슬같이 기꺼이 죽으리이다’는 대목을 부를 때면 참석자 모두가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한 결연한 표정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 안팎에서는 “송년회조차도 ‘남재준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남 원장은 취임할 때 “나는 전사(戰士)가 될 각오가 돼 있다. 여러분도 전사가 될 각오를 다져 달라”고 국정원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내부 행사 중 일부 간부가 애국가를 작은 목소리로 우물우물 부르자 마이크를 잡고 “애국가부터 크게 부르라”고 질책한 적도 있다.
21일 송년회도 남 원장과 참석 간부들이 전원 기립해서 애국가를 1절부터 4절까지 큰소리로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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