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사진)의 방북을 후원해온 아일랜드 온라인 베팅업체 패디파워가 23일 돌연 후원 중단을 선언했다.
패디파워 측은 이날 e메일 성명을 통해 “상황 변화를 고려해 북한에서 로드먼이 추진해온 농구 대회 개최 계획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상황 변화’에 대해 “최근의 사건들 이전에는 없었던, 북한 정권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패디파워 창업자 데이비드 파워의 아들이자 패디파워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인 패디 파워는 이날 영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젝트를 재검토한 결과 이번 건은 잘못 벌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앞으로 행사에서 우리 이름을 빼기로 했고, 로드먼 혼자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로드먼 측은 “패디파워의 결정을 존중하며 지금까지 제공한 지원에 매우 감사하다”고 답했다. 패디파워는 내년 1월 8일 김정은 생일을 맞아 ‘평양 국제농구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로드먼 방북을 후원했다.
패디파워의 급작스러운 후원 중단은 장성택 숙청 이후 김정은 체제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이 고조된 것을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패디파워는 자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세계적 화두가 된 로드먼의 방북을 후원해 왔다. 하지만 장성택 숙청 이후 김정은의 이미지가 ‘잔악무도한 독재자’로 굳어지자 그의 생일 기념 농구 경기 후원이 회사 브랜드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로드먼이 이번 방북 기간 김정은을 만나지 못한 것이 패디파워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번 방북에는 이전과는 달리 로리 스콧 패디파워 대변인도 동행했다. 스콧 대변인은 17일 방북을 앞두고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성택 숙청은 우리의 계획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북 기간 북한 당국으로부터 특별한 대접을 받지 못하자 방북 직후 입장을 돌변했을 가능성이 있다.
패디파워의 후원 중단으로 내년 1월 8일 평양 농구대회의 정상적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로드먼이 혼자 유명 전직 농구선수들을 평양에 데려갈 수 있을지, 이를 위한 경비는 해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패디파워 대신 북한이 직접 후원하겠다고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 로드먼 측은 내년 1월 8일 일정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며 이번 주 안에 방북단 명단을 발표하겠다고 2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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