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기업들이 한 해 업무의 마침표를 찍는 행사로 치러왔던 종무식이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직원들에게 ‘연말 휴가’를 적극 권하며 재충전의 기간으로 삼는 기업이 늘고 있다. 팀이나 부서별로 소규모 행사를 여는 곳은 늘고 있지만 종무식 행사를 하는 기업은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삼성그룹과 LG그룹은 최근 5년 동안 회사 차원에서 종무식을 열지 않았다. 2007년 마지막으로 종무식을 연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규모 부서나 팀별로 모여 서로 격려하는 차원에서 자리를 만들기도 하지만 공식적인 행사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LG전자 측도 “2000년대 이후 한 번도 종무식을 연 적이 없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도 올해 종무식을 열지 않는다. 반면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은 31일 종무식을 열 계획이다.
연말이지만 업체나 사업장의 특성상 ‘종무(終務)’라는 개념이 무의미한 곳도 있다. 정유 업체들은 업종 특성상 24시간 공장을 돌려야 하므로 올해 마지막 분·초까지도 일을 멈출 수 없다. 제조업계의 대표주자 격인 현대자동차도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늘어난 공급물량을 맞추느라 생산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를 세울 수 없는 실정이다.
기업들은 종무식 대신 직원들에게 연차 휴가를 소진하도록 적극 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일 창립기념일 휴무를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로 대체하면서 이번 주부터 연말 휴가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해외 파트너들이 연말 장기휴무에 들어가는 업계 특성을 반영해 삼성전자 구미·광주 공장은 24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9일 동안 생산라인을 멈춘다. LG전자도 23일부터 31일까지 회사 차원에서 휴가를 적극 권장하고 있어 이 기간을 활용해 해외여행 등 여가를 즐기는 직원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많은 기업이 종무식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연말 휴가를 권장하지만 새해 시무식만큼은 빼놓지 않고 챙긴다. 삼성그룹은 내년 1월 2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그룹 사장단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신년 하례식을 연다. 이 행사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행사가 끝난 뒤 삼성전자는 별도의 신년회를 열고 권오현 부회장이 새해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도 새해 1월 2일 시무식을 열고 2014년 사업계획과 비전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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