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뮤지컬 ‘디셈버’, 주크박스 뮤지컬의 한계?…감동보다 아쉬움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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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24일 12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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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크박스 뮤지컬의 한계일까, 연출의 과욕일까. 16일 개막한 창작뮤지컬 ‘디셈버 : 끝나지 않은 노래’(이하 ‘디셈버’)가 아쉬운 출발을 보였다.

뮤지컬 ‘그날들’에 이어 김광석의 노래로 꾸며진 ‘디셈버’(연출 장진·제작 NEW)는 개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다재다능한 이야기꾼 장진 감독과, 흥행 보증수표 배우 김준수 그리고 떠오르는 충무로의 투자배급사인 NEW가 처음으로 뮤지컬 제작에 참여해 수작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뚜껑을 연 ‘디셈버’는 나쁘지 않지만 기대감에 비해 아쉽다. 이야기는 이렇다. 90년대 마지막 운동권 학생들의 움직이는 시기, 로맨티스트 지욱(박건형·김준수)은 우연히 만난 운동권 학생 이연(오소연·김예원)과 사랑에 빠지지만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이연을 잃게 된다. 20년 후 공연 연출가로 성공한 지욱은 이연과 쏙 빼닮은 화이를 만나며 새 사랑을 시작하지만 여전히 옛 사랑을 기억하겠다는 마음으로 마무리된다.

운명으로 만난 지욱과 이연의 사랑이야기는 유려하게 흘러간다. 설렘도 있고 애절함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이다. 지욱과 이연의 이야기로 집중해도 될 법한 이야기에 주변 인물들의 자잘한 사연을 많이 넣었다. 다행히 이야기 전개에 있어 극도의 혼란함을 주는 것은 피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다 넣으려고 했던 장진 감독의 과욕으로 인해 이야기의 중심을 잡는 데는 실패했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한계도 보인다. 故 김광석 노래에 대한 추억 탓인지, 지나친 편곡 탓인지 몇몇 곡은 극을 위해 노래를 끼워 맞춘 느낌도 든다. 특히 ‘일어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는 극에서 꼭 필요한 노래였는지 의문이 든다. 또 복학생 성태가 부르는 ‘서른 즈음에’는 난데없이 코믹버전으로 편곡돼 우리가 기억하는 잔잔함마저 앗아갔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홀로그램 기술과 미디어파사드 기술을 접목해 무대에서 김광석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첫 공연에서 시도했던 홀로그램은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져 아직 관객들에게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막을 빨리 올리려는 욕심보다 트라이아웃을 통해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만들었다면 좋았을 듯하다.

아쉬움이 남는 가운데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는 안정적이다 . 김준수와 박건형은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풋풋한 첫사랑을 생각나게 하는 지욱 역을 완벽히 해냈다. 특히 송스루를 위주로 했던 김준수의 대사 연기는 합격을 주고 싶다. 대사 처리가 미숙한 부분도 있지만 특유의 쇳소리와 가창력은 믿고 보는 배우임을 증명한다. 박건형 역시 다년간의 뮤지컬 경력으로 노련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이연과 화이로 1인 2역을 맡은 실력파 배우 오소연과 신예 김예원 역시 탄탄한 실력과 매력이 돋보인다. 또한 송영창, 조원희, 홍윤희 등 중견배우들의 연기는 든든한 뒷받침 역할을 하고 김슬기와 조연진은 감초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연출, 제작, 배우들까지 일명 ‘드림팀’이 뭉쳐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적잖은 실망감을 안겨줬지만 작품을 매만진다면 완성도와 관객몰입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현재 ‘디셈버’ 제작진은 관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내고 보완하는 등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창작 초연에 제작사와 연출에 참여한 이들 모두 첫 도전이기에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더 이상 공연장을 돌아서는 관객들에게 허전함을 안겨줘서는 안 될 것이다. 관객에겐 첫 술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뮤지컬 ‘디셈버’는 2014년 1월 2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볼수 있다. 문의 1544-1555.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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