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2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일제히 비판했다.
미국은 이날 주일 미국대사관 성명을 통해 “소중한 동맹이자 친구인 일본의 지도자가 주변국과의 갈등을 악화시킬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실망감을 금치 못한다”며 “일본과 이웃 국가들이 과거의 민감한 문제들을 다루고 관계를 향상시키며 지역 평화와 안정이라는 공동 목표로 나아가는 데 건설적인 협력의 길을 찾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주일 미국대사관이 아베 총리 참배 뒤 불과 몇 시간 만에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에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는 당혹스러운 사건”이라며 “한일 과거사 문제를 봉합해 한미일 군사협력 체제를 구축하려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구상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이달 초 일본 방문 때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이 나서줄 것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져 오바마 행정부의 당혹감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부임한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는 이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과 통화를 하고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일본 방문 때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면 일본은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아베 총리가 참배를 강행하면 미국의 평가는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베 총리의 참배로 한국의 과거사 대응 방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과거사와 안보협력의 분리 대응을 주장해온 미국 내 일부 기류는 크게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이 미일동맹을 중국 견제의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서 일본의 협력이 필수적이어서 미국의 일본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 “중국에 대응해 한국과 미국, 일본의 삼각 안보를 생각하던 미국이 상당히 난처해졌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아베 총리의 참배는 한중일 3국의 긴장이 고조된 부적절한 시점에 이뤄졌으며 ‘아시아 중시 전략’을 펴는 미국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참배했을 때보다 아주 강한 논조로 비판했다. 일본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국유화 조치 등 일련의 ‘도발’을 거론할 정도로 묵힌 감정을 여과 없이 분출했다.
외교부 친강(秦剛) 대변인은 이날 담화를 통해 “아베 총리는 중국의 반대를 고려하지 않고 제2차 세계대전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제멋대로 참배했다”며 반발했다. 그는 “중국은 일본 지도부가 아시아 전쟁 피해국 인민들의 감정을 거칠게 짓밟고 공공연히 역사적 정의와 인류의 양심에 도전하는 데 대해 강력히 분개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평론을 통해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은 자멸하기 마련”이라며 “아베의 심보는 벌레가 꿈틀꿈틀 기어 나오는 것처럼 부정하다. 멋대로 군국주의의 귀신을 불러오기 위해 역사에 역행하는 행위를 하면 필연코 역사로부터 버림 받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관영통신 중국신원왕(中國新聞網)은 “중국인들은 이번 일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 일본은 반드시 이번 일이 초래할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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