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노(친노무현) 그룹이 세(勢) 결집에 나서면서 당내 친노와 비노(비노무현) 진영 간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여기에 당 밖에서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전통적 텃밭인 호남을 시작으로 지지층이 흔들리고 있다.
당내 분란이 재점화된 데 대해 불씨를 댕긴 것은 문 의원이었다. 문 의원이 14일 북콘서트 등을 통해 대권 재도전 의사를 연거푸 밝히자 손학규 전 대표는 각을 세웠다.
21일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특강에서 “민주당이 이렇게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추락한 이유가 무엇인지 봐야 한다”며 “우리 스스로의 안에 있는 집단 이기주의, 집단적 히스테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대선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각자도생의 대열에 합류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가난한 집 쪽박 깨지듯 당은 표류하고 있는데, 대선주자만 널려 있다”고 걱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 의원 측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새정추)’는 26일 광주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호남에서의 안풍(安風)을 확산시켜 북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20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창당도 하지 않은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는 32%로, 민주당(10%)보다 3배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민주당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대선 직후인 1월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 새누리당은 41%, 민주당은 25%였다. 민주당 지지도가 대선 패배 직후 때보다 반토막이 난 것이다. 안철수 신당 창당이 현실화될 경우 민주당 지지율은 더 낮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광주에선 민주당 소속 전현직 지방의원 7명이 18일 탈당해 안철수 신당 합류를 선언한 상태다.
민주당 내에서는 새해 예산안을 다루는 정기국회가 끝나고 내년 지방선거 준비를 본격화하면 민주당과 안 의원의 정면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4선 의원인 김영환 의원은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약 지방선거에서 대패하고 호남 지지를 잃어버리고 국민 지지율이 지금같이 답보한다면 당 자체가 없어지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면서 “정계개편을 포함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시기가 임박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과의 연대 문제에 대해 방향을 좀처럼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은 “힘이 없는 야당은 연합연대해서 또는 통합을 해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럼 분열해서 선거를 치러 가지고 매년 새누리당만 집권하고 새누리당만 승리할 수 있도록 야권은 들러리를 해야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전략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도 내년 2월 지방선거 후보 등록을 앞두고 양측이 ‘확고한 경쟁체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이 필요하지만,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지방선거에서 야권 연대 없이 각각 완주하는 것에 대해선 우려했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파장이 커지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논란이 겹치면서 대선 패배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계파정치 청산 등 당 쇄신 작업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사안 사안마다 당 지도부는 당내 강경파에 끌려다니면서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지금 민주당은 총체적 부실”이라면서 “문재인 의원의 ‘대선 불공정’ 발언을 기화로 여권의 ‘대선 불복’ 공격에도 제대로 반격하지 못하고 있다. 통합진보당과 뚜렷한 선을 긋지 못하면서 여권의 ‘종북’ ‘안보’ 프레임에도 맥을 못추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기춘 사무총장은 여러 차례 “통진당과는 절대 지방선거에서 연대란 없다”고 했지만 당내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통진당을 아우르지 못하면 가뜩이나 힘든 지방선거는 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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