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기관차’ 코레일]
파업 불참자 앞에 두고 “복귀하라”… 처음 찾은 현장서 공허한 외침
정홍원 국무총리가 26일 오전 갑작스레 참모들에게 철도파업 관련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참모들은 부랴부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추천을 받아 방문 현장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철도차량기지로 정했다. 정 총리가 낮 12시 5분경으로 급히 잡힌 방문 시간에 맞추기 위해선 예정된 비공식 오찬에 참석할 수 없었다.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고 국민추천포상 국무총리 표창을 수여한 뒤 11시 40분경 황급히 차량기지로 떠났다.
이 차량기지의 직원 103명 중 파업 참가자는 45명이다.
정 총리가 이처럼 긴박하게 움직이자 현장에서 파업 참가 노조원들을 직접 만나 업무복귀를 호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철도노조 파업이 시작된 뒤 17일 만에 총리가 처음 도착한 현장에 정작 파업에 참가한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정 총리는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격려, 치하, 위로하러 왔다”며 금일봉을 전달했다.
정 총리는 이들 앞에서 “수차례에 걸쳐 수서발 고속철도(KTX) 운영사 설립이 민영화가 아니라고 했음에도 실체 없는 민영화를 주장해 불법 파업을 지속하는 게 안타깝다”, “철도의 안정적인 운행을 기다리는 국민 심정을 헤아려 조속히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에 복귀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호소를 들을 상대는 없었다. 공허한 외침으로 비칠 만했다.
정 총리는 “이곳에 파업 참가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느냐”고 기자들이 묻자 “그런 걸 따지러 온 건 아니고…”라고 말했다. 총리가 차량기지에 머문 시간은 20여 분이었다.
정 총리는 24일에야 철도파업 관련 정부 대책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청와대에선 총파업 초기에 정 총리나 관계 장관들이 현장을 찾아 적극 대응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철도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이했다는 질타마저 있다. 파업이 장기화된 지금, 고생하는 직원들을 격려하는 ‘보여주기’ 행사가 그렇게 급한 일이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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