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정보원 개혁특별위원회의 민주당 간사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비판한 데다 최대 현안인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어제(28일) 밤 국정원 개혁특위 차원에서 여야 간사 간 잠정적으로 의견 접근을 이룬 내용을 보고받았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표로서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과 민주당 문병호 의원이 10여 차례의 논의를 거쳐 만든 ‘잠정 합의안’을 거부한 것이다. ‘국정원 정보관(IO)의 정부기관 상시 출입 금지를 법으로 명문화하지 않은 개혁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여야 간사들이 잠정 합의한 내용을 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걷어찬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리 새누리당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소속 당의 협상 책임자를 비판한 것은 국정원 개혁특위에 냉소적인 당내 강경파를 의식하는 데 급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정작 철도 파업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긴급 기자회견을 앞두고 당연히 철도파업에 대한 언급을 기대했던 기자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철도 파업을 둘러싼 노정(勞政)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간부가 민주당사로 피신해 있어 민주당이 이번 사태에 깊숙이 발을 담그게 된 모양새가 됐는데도 말이다.
당 관계자는 “철도 파업에 대한 언급을 준비하긴 했지만 메시지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철도 파업을 지나치게 편들 수도 없고, 공개적으로 반대할 수도 없는 김 대표의 딜레마를 보여준 것은 아닐지. 민주당이 그토록 강조하는 ‘국민’은 들어갈 틈이 없었다.
이런 태도에서 현안이 생길 때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김 대표와 민주당의 현주소가 드러난다. 정부 여당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각을 세워야 하는데, 그렇다고 여론의 역풍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갈팡질팡하면서 당 지지율은 아직 반등의 전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에도 2013년은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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