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이통3사 “과징금 폭탄보다 무서운 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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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산업부
임우선·산업부
“아, 정말 속 쓰린 한 해였습니다.”

이동통신업체들이 2013년을 돌아보며 꼭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 과징금 이야기입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올 한 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총 1790억2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과징금 규모는 날로 커져 3월 조사에서는 53억1000만 원, 7월에는 669억6000만 원이었습니다. 12월에는 106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처음으로 1000억 원대를 돌파하기도 했죠. 과징금은 매출에 비례하기 때문에 3사 중 가장 많은 과징금을 낸 SK텔레콤은 올해 전체 당기 순이익 중 한 달 치에 해당하는 금액이 과징금으로 날아갔습니다.

방통위는 “계속되는 단속에도 여전히 시장이 혼탁하다”며 “유례없는 과징금 부과를 통해 시장에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사상 최대 과징금 부과 방침이 발표된 이후에도 여전히 시장에서는 기기당 최고 80만 원에 육박하는 기기 보조급이 지급되고 있습니다.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 직원은 “이 시장은 빼앗지 않으면 내가 죽는 시장이기 때문에 아무리 과징금을 때려도 그때뿐이지 변하지 않는다”며 “한 회사에서 보조금을 올리면 4∼5시간 안에 다른 회사도 바로 따라 간다”고 말했습니다.

업계는 누가 진짜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지 가리려면 어느 회사가 먼저 보조금을 올렸는지 매일 조사해 즉시 제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방통위가 3∼6개월 단위로 조사하다 보니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효과가 없는데도 과징금만 계속 올리는 건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도 들립니다.

현재의 과징금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는 방통위 내에서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최근 열린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은 “현재 조사 인원이 너무 적고 주도 사업자 산정을 위한 변별력을 갖추는 데도 실패한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과연 깨끗한 통신시장은 언제쯤 기대할 수 있을까요. 새해에 정부는 효과적인 제재 방안을 찾고, 이동통신업계는 보조금 대신 품질과 서비스를 통해 가입자를 유지할 수 있는 묘책을 마련하길 기대해 봅니다.

임우선·산업부 imsun@donga.com
#이동통신#과징금#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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