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철도노조 파업 초기 정부 차원의 대응이 미숙했음을 인정했다. 청와대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수석비서관회의에서다. 선제적 대응과 대국민 홍보 전략이 없어 아쉬웠다는 반성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각 수석들은 과거 정부에서 미온적으로 대응했던 결과 지금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철도 의료 가스 등 최근의 개혁정책에 대해 명확한 데이터와 쉬운 논리로 정책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해 국민의 협조를 얻는 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그 취지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라. 상황을 왜곡하려는 세력들에 대해서는 초기부터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철도파업 초기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정상화를 위한 개혁 방향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질타한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초반부터 본격화될 공공기관 개혁 드라이브에 ‘반면교사’를 삼으라는 메시지도 담긴 듯하다.
그동안 정부는 ‘비정상적인 공기업의 정상화’라는 좋은 명분을 갖고도 치밀한 대국민 홍보 전략이 없어 허둥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뒤늦게 코레일의 방만한 경영을 쟁점화하고 나선 것 역시 ‘뒷북 대응’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결국 정부는 철도노조와 야권의 ‘민영화 프레임’에 밀려 공기업 개혁이라는 대의명분을 관철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철도파업 때 처음부터 코레일의 방만 경영 실태를 낱낱이 공개하자고 했음에도 부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채 굼떴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일류국가론’을 내세우며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행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판했다. ‘일본’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비판의 강도는 셌다. 박 대통령은 “국가가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기준, 인류사회의 양심에 맞지 않는 행동을 반복하면 그 나라가 아무리 경쟁력이 크고 부강하더라도 결코 일류국가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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