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철회/시작부터 종료까지]
김무성-박기춘 22시간 막후접촉… “철도소위 구성 즉시 파업철회” 조율
靑 경제수석과도 전화로 협의… 철도노조위원장 합의 서명 끌어내
정치권이 모처럼 ‘밥값’을 했다. 30일 철도파업이 전격 철회된 배경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의 ‘핫 라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두 사람은 18대 국회 때 각각 새누리당 원내대표,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내면서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 인연이 난마처럼 얽힌 철도노조 파업의 실타래를 풀어낸 것이다.
두 사람의 물밑 협상이 벌어진 29일 상황은 긴박했다. 오전 11시 20분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박 총장을 긴급 호출해 “파업 문제를 풀어보라”는 특명을 내렸다. 박 총장은 지역구인 부산에 머물던 김 의원에게 전화로 ‘SOS’를 쳤다. 5선 중진인 김 의원이 협상 대상자로 적격이라고 판단한 것.
‘국회의 중재자 역할’을 생각하고 있던 김 의원도 고속철도(KTX)를 타고 상경했다. 박 총장은 국토위 내 소위 구성을 전제로 철도파업을 철회하는 잠정 합의안을 마련한 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으로부터도 확답을 받았다. 오후 9시경 김 의원과 박 총장은 박 총장의 의원회관 사무실(616호실)에서 3시간가량 세부사항을 놓고 합의안을 다듬었다. 철도발전소위 구성은 여야 동수로 하고, ‘철도노조는 국회에서 철도발전소위를 구성하는 즉시 파업을 철회하고 현업에 복귀한다’ 등의 내용이었다.
김 의원은 최경환 원내대표는 물론이고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통화해 의견을 조율했고, 박 총장은 수시로 김한길 대표에게 보고했다. 오후 11시 두 사람은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중구 정동의 민노총 본부를 함께 방문해 1시간가량 머물렀다. 김 위원장은 합의안에 서명했고, 두 의원은 사무실을 조심스럽게 빠져나왔다. 외부 인사들의 눈을 피해 민노총 사무실이 있는 13층에서 8층까지 계단을 이용해 내려간 뒤 8층에서 지하 1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했다고 한다. 최종 합의문은 오늘 아침 민주당 의원총회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를 거친 뒤 오전 11시가 돼서야 공개됐다. 22시간의 막전막후 드라마였다. 김 의원은 국회 브리핑에서 “모든 것을 박 총장이 다했다”고 치켜세웠고, 박 총장은 “김 의원과 대화해 보니 역시 의지가 보였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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