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서 ‘일을 가장 못한 장관’으로 꼽힌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공통점은 ‘리더십과 돌파력의 부족’으로 요약된다. 국정 운영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정권 첫해에 추진력이 부족한 장관들을 기용해 정부 스스로 실적을 올릴 기회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조정 능력 부족으로 위기 자초
이 중 경제 장관들은 대체로 학자 출신이거나 현 부총리처럼 공무원 출신이라도 오랜 기간 연구소에 몸담은 이력을 갖고 있다.
현 부총리는 재임 기간 중 부처 간 조정 능력에서 한계를 드러낸 사례가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7월 부동산 경기를 살릴 주요 정책인 취득세 인하 문제를 놓고 부처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을 때였다. 당시 취득세 인하로 줄어들 지방세수를 놓고 안전행정부와 국토교통부가 갈등을 빚는 동안 현 부총리는 이를 적절히 조정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민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부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라”고 질책하고서야 움직였다. 경제민주화 입법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작년 상반기 내내 이어졌지만 지난해 6월 1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지적하자 그제야 과도한 입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 부하 직원들조차 불신
“장관이 답변하는데 의자를 뒤로 젖히고 듣는 태도는 뭡니까.”
지난해 10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장에서는 난데없이 ‘경청 태도’에 대한 질타가 나왔다. 최규성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은 배석한 해수부 공무원들을 질타한 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제발 공무원들에게 휘둘리지 마세요”라고 충고했다.
윤 장관은 이처럼 지난해 4월 임명된 뒤 끊임없이 “조직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명박 정부 때 폐지됐다가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부활한 해수부가 아직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조직이 하나로 뭉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9월 북극항로를 통해 화물을 운송한 ‘북극항로 개척’을 최대 성과로 내세우지만 이마저 현대글로비스 한 곳만 참여해 모양새를 구겼다.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였던 북태평양수산위원회(NPFC) 사무국은 결국 9월 일본이 차지했다.
미래부 최문기 장관의 단점은 ‘존재감’이 약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의지를 갖고 만든 ‘창조경제의 주무 부처’인데도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출범 1년이 다 되도록 “미래부가 뭐 하는 부처인지 모르겠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미래부의 한 공무원은 “부처 특성상 다른 부처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는 일이 많지만 실질적 권한이 크지 않다 보니 아이디어가 있어도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 “나무보다 숲을 보는 장관 필요”
방하남 장관은 정부와 노조 사이에서 청와대의 뜻을 전달하는 데 급급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노동부처 장의 중요한 역할인 조정 및 중재 능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연말의 철도노조 파업 때도 마찬가지였다. 파업이 한창 때인 지난해 12월 23일 국회에 출석한 방 장관은 “경찰의 민노총 진입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되는 법무 및 검찰 조직의 혼돈을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피하지 못했다. 대표적 공안통 검사 출신인 황 장관은 국정원 댓글 사건 처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6월 공직선거법 적용 여부를 놓고 검찰 지휘부와 불협화음을 내더니 급기야 지난해 10월에는 당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석열 여주지청장(전 특별수사팀장)이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부분적인 전문성을 바탕으로 보는 ‘좁은 미래’가 아니라 종합적인 시각을 토대로 ‘넓은 미래’를 그릴 줄 아는 장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임우선·이성호 기자
▼ 대북 중심잡고… 책임장관으로 정책 돌파 ▼ 상위 5명 무엇을 잘했나
박근혜 정부 1년간 가장 잘한 장관으로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24표)이 올랐다. 창설 이래 두 명의 대통령을 모신 첫 국방부
수장인 김 장관은 유례없이 강했던 북한의 도발 위협에 맞선 강골무인(强骨武人)으로서 국민에게 신뢰감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2위로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18표), 3위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12표) 순이었다. 이들 세 사람은 박 대통령의 강한
신뢰를 받는 ‘실세 장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11표)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10표)이 뒤를 이었다.
○ 강력한 메시지로 대북정책 중심 잡아
김병관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장관에 유임된 김관진 장관이 현 정부 최고의 인사로 꼽힌 것은 북한의 위협이 크게 기여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인 지난해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한 뒤 개성공단 출입을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등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김 장관은 강력한 대북억제 태세를 유지하며 국민을 안심시켰다.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과 장성 인사를 놓고
충돌했고,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의혹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북한이 도발하면 ‘원점 타격’은 물론이고 후방기지와 지휘부까지
타격하겠다는 그의 발언은 큰 신뢰를 줬다.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도 북한이 도발하지 못하는 것은 ‘김관진 효과’란 말이 나왔다.
김 장관은 대북관계에서도 원칙을 강조하는 강력한 메시지로 ‘차분하지만 단호한 대응’이라는 정부 기조를 구체화했다. 김 장관은
1일에도 북한 도발에 대비해 “우리의 능력과 태세를 시험하고자 한다면 멸망을 자초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2년 차를 맞아 김 장관의 수명이 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0년 12월부터 3년간 국방부를 이끌며 업무 피로도가 누적됐으며 본인 스스로도 물러날 때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역시 ‘막무가내’ 북한에 맞서 원칙과 소신을 지켰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정책학)는 “북한 변화에 흔들림 없이 대처했고 신뢰프로세스에 입각해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다만 대북정책의
주무 부처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미흡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침’을 훌륭하게 수행했지만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창의적 대북정책 수립에서는 다소 역량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 찾아
2, 3위에 오른 조윤선 장관과 유정복 장관은 대통령만 바라본다는 비판을 받는 장관들과는 달리 스스로 할 일을 찾아 나서 그나마 ‘책임 장관제’의 취지를 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 장관은 예산도 인력도 적은 ‘미니 부처’를 맡았지만 적극적인 활동을 보였다. 지난해 5월 프랑스 국제만화제와 10월
유엔총회에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여성고용 정책을 협의하기 위해 세계은행 및 국제통화기금(IMF)을
직접 방문하고 △미혼모 지원 △성범죄 예방 분야에서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기업들과 21건의 협력사업을 추진했다.
다만 그가 ‘최고의 장관’ 2위에 오른 배경엔 상대적으로 정치적 논란이 될 만한 현안이 없었고, 상대적으로 이미지가 좋았던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인 정부 3.0을 1년 만에 궤도에 안착시켰다. 그는 정부민원포털에서 각종 민원서류를 모두
열람, 발급할 수 있게 개선하고 범죄나 재난,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구역을 표시한 생활안전지도 구축에 나섰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도 의욕적으로 업무를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국제학)는 “부동산 장기침체 문제를
풀기 위한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시도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철도노조 파업 사태와 관련해 치밀한 대응 전략 없이 KTX
자회사 설립을 밀어붙여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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