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벤처 지원” 말은 쏟아냈지만 실천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일 03시 00분


정호재 기자·산업부
정호재 기자·산업부
동아일보가 선정한 2013년의 대표 인물은 미국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류현진 선수입니다. 그런데 산업계를 출입하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인물은 아니지만 신생 벤처기업을 뜻하는 ‘스타트업’을 제시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스타트업은 2013년을 뜨겁게 달군 뉴스메이커였습니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통해 지난해 동아일보 기사를 검색해 보면 60여 건이 나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다룬 셈입니다. 이는 2012년에 비해 6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사회 전반에 스타트업 열풍이 불면서 젊은 인재는 물론이고 40, 50대 중장년층까지도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 분야의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창조경제를 화두로 내건 정부도 스타트업의 후원자를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방문기업으로 한 소프트웨어 업체를 선택했고 이후 젊은 창업가를 잇달아 만나 그들의 꿈을 북돋웠습니다.

창조경제의 손발을 자처한 미래창조과학부를 비롯해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중소기업청 등 많은 부처에서 창업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는 정책을 쏟아냈습니다. 지원 금액도 조 단위에 이릅니다.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도 창업이 중요하다는 각성이 이뤄지면서 수십 개의 관련 법률 개정안이 국회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새해를 맞이한 스타트업 및 중소 벤처업계의 분위기는 싸늘하기만 합니다. 스톡옵션제도 개선, 벤처 인증 완화, 크라우드 펀딩 등 업계보다 오히려 정부에서 먼저 목소리를 높였던 핵심 이슈들의 진행 상황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창업인들이 현실에 좌절하고 현장을 떠났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그나마 1일 벤처 창업 및 세제 지원 대책을 포함한 조세특례제한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 줄기 희망을 살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세계를 주름잡는 한국의 대기업들도 모두 한때는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정책을 많이 내놓는 것도 좋지만 필요한 정책을 빠르게 법제화하고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올해는 속도감 있는 정책 실천을 통해 스타트업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호재 기자·산업부 demian@donga.com
#벤처 지원#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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