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개각 기류를 점검하고 박근혜 정부 1년의 장관을 평가한 동아일보와 채널A의 보도가 2일 나오자 관가는 술렁거렸다. 종합편성채널 등이 일제히 본보 보도를 인용해 새해 벽두부터 불거진 개각설의 다양한 측면을 전달했다. 지난해 말부터 관가에서 조심스럽게 거론되던 개각 논의가 폭발한 것이다.
청와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고 오후 5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한마디로 현재는 개각이 없다는 메시지였다. 내각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라도 개각은 발표 당일까지 ‘비밀’에 부칠 수밖에 없는 민감한 이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이었던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종종 기자들에게 “개각은 발표하기 직전까지라도 무조건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왔다. 김 실장의 긴급 회견이 있었지만 개각설의 불씨가 쉽게 꺼졌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보도 직후 각 부처의 명암(明暗)은 극명하게 갈렸다. 못한 장관에 꼽힌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실을 방문해 “평가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왜 지적받는지 생각해서 고쳐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내수경기를 활성화하고 공공기관 정상화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현 부총리와 함께 나쁜 평가를 받은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표정은 하루 내내 어두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간부들 사이에선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반응과 함께 “순위를 매긴 것은 너무했다”는 볼멘소리도 함께 나왔다.
잘한 장관으로 꼽힌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관련 보고를 받으며 말없이 웃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평가해 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지난 1년간 각 부처의 역량과 성과를 시의적절하게 지적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개각 여부는 청와대가 결정할 사안이지만 왜 개각이 필요한지에 대해 주의를 환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국면 전환 차원에서 (개각) 인사를 하는 것은 반대한다”면서도 “적재적소에 제대로 된 인물을 배치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보가 여권의 개각 기류를 점검하면서 장관 평가를 한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책임장관제’가 지난 1년간 어떻게 운용됐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지난 1년간 많은 장관들이 소신 있게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경제팀은 “경제 컨트롤타워가 없다” “구체적인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등 비판의 표적이 됐다.
결국 결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몫이다. 무조건 장관을 바꾸는 게 능사가 아닐 수도 있고, 이제 기껏해야 1년 가까이 업무를 수행한 장관들이 이제부터 자리를 잡는 만큼 좀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관을 놔두고 차관이나 1급 공무원들을 바꾸는 개편 논의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본보의 이번 평가 보도는 개각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국민’이 빠져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다만 ‘부작위의 비용’은 대통령이 고려할 대목이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장관이 앞으로 1년을 더 허송세월할 경우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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