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신년회견/경제혁신 3개년 계획]
경제에 국가역량 집중… 경제개발 5개년계획과 차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오랜 기간 한국 사회가 묵인해 온 비정상적 관행을 개혁하고, 내수를 살려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경제성장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것이지만 ‘성장의 천장’에 부딪힌 한국 경제가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넘어 4만 달러로”
3개년 계획은 대략 올해 상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추진된다. 현 정부의 남은 임기 중 새로운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기간을 3년으로 본 것이다. ‘3개년 계획’이라는 명칭과 관련해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5개년 계획이라고 하면 현 정부 임기가 지나 버리고, 4개년 계획이라고 하면 어감이 좋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 계획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3·4·7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비정상의 정상화, 혁신 경제, 내수 활성화’라는 3대 전략을 내걸었다. 박 대통령이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 시대를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점을 고려해 ‘잠재성장률 4%를 달성해 고용률을 70%로 끌어올리고 4만 달러 시대를 앞당긴다’는 의미로 ‘4·7·4 비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조 수석은 임기 내 3만 달러 시대를 열 수 있고 4만 달러는 성취하기 어렵지만 그 정도로 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계획은 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비슷한 면이 많다. 정부가 경제정책을 운영하면서 맞닥뜨린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중단기 목표와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 속도를 내는 모습이 닮은꼴이다. 과거 경제기획원(EPB)이 5개년 계획을 주도한 것처럼 3개년 계획도 EPB의 후신인 기획재정부가 정책을 총괄한다.
차이점도 있다. 과거 5개년 계획은 중화학공업 육성과 수출 장려를 중심으로 한 산업정책이었지만 이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경제 체질 개선과 서비스산업을 통한 내수 활성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서비스산업에서 일자리가 늘어날 여지가 많기는 하지만 압축 성장이 가능했던 1960∼80년대의 중화학공업에 비해 경제성장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3개년 계획은 정부가 민간 기업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고 간다기보다는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도록 옆에서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다. 이는 3개년 계획의 성과가 5개년 계획에 비해 금방 나타나기 힘든 구조라는 뜻이기도 하다.
○ “MB의 ‘7·4·7’ 못지않게 달성 쉽지 않아”
경제 전문가들은 ‘3·4·7’ 목표가 이명박 정부 때의 ‘7·4·7’(연평균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선진국 진입) 목표보다는 현실적이지만 정치권이 분열하고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면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본다.
실제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4000달러 수준이었고 경제성장률도 2.8% 정도에 그쳤다. 국민소득의 경우 환율 요인을 배제하면 3년 동안 연평균 8% 정도씩 성장해야 3만 달러 달성이 가능하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도 수월치 않다. 정부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3%대 후반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민간 연구기관들은 3% 중반까지 하락한 것으로 본다. 잠재성장률이 높아지려면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거나 노동 또는 자본의 투입을 크게 늘려야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고용률의 경우 정부는 올해 일자리 45만 개를 창출해 65.2%의 고용률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고용률을 3년 내에 고용률을 70%로 끌어올리려면 연간 60만 개씩의 일자리 창출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3·4·7’ 달성이 쉽지 않은 만큼 수치에 연연하지 말고 다음 정부에서도 지속될 토대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발도상국 시절 연간 8∼9%의 성장을 하던 한국의 성장률이 최근 급락한 상태”라며 “중간 단계 없이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할 위기에 있는 만큼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규제총량제 도입 등으로 내수 활성화
박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에서 3개년 계획 추진 전략의 핵심인 내수 활성화와 관련해 “서비스산업이 가장 중요하고 이 산업을 살리려면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관련 규제를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할 것이며 규제총량제를 도입하고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건·의료,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 에너지·환경 등 6개 분야별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기존 규제 완화 정책을 아우르는 종합경제정책 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보건·의료 분야와 관련해 병원을 비영리법인 형태로 두고 자회사에 영리사업을 허용하는 기조를 유지하되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기도록 관련 규제를 정비할 예정이다. 교육 분야에선 국내에 있는 국제학교를 국내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과열 양상을 보이는 해외 조기 유학 수요를 국내로 흡수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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