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박문자]도로명주소, 노인은 혼란스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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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지번에서 도로명과 건물명으로 기준을 바꾼 도로명주소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혼란이 일고 있는 듯하다.

정부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도로명주소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도로명주소를 사용하는 나라들의 현실이 우리나라와 부합하는가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는지 묻고 싶다.

도로명주소는 땅이 넓고 건물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나 가능하다.

우리나라처럼 좁은 면적에 여러 건물이 촘촘히 세워진 지역에는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도로명주소를 정착시키려고 몇 년 동안 준비를 하고 많은 예산을 들여 추진했다고 한다. 하지만 도로명주소에는 동(洞)이 없다.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지역민들의 정주의식(定住意識)이 사라질까 두렵다. 건물명 또한 건물 이름이 아닌 숫자로 되어 있다. 아파트 명칭을 숫자로 기억해야 하는 도로명주소가 언제 우리 사회에 정착될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현재 60대 이상 노년층에서는 전혀 도로명주소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노인들 가운데 자기가 살고 있는 집주소를 도로명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70대 중반인 필자의 경우도 비슷하다. 며칠 전 병원에 갔을 때 도로명주소를 묻자 대답할 수 없었다. 진료를 마친 뒤 돌아오는 길에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떼어본 후에야 도로명주소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주소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노인들에게는 평생을 사용해온 지번주소가 더 쉽다.

국내 현실과 맞지 않는 서구식 도로명주소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체감도 등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등을 통해 예전 지번주소가 더 합당하다는 결론이 날 경우 하루속히 지번주소로 환원하는 문제를 다시 한 번 검토해 주었으면 한다.

박문자 부산 금정구 중앙대로 1667번길 8
#도로명주소#혼란#정주의식#노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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