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터뷰]<2> “아시아인 모욕한 아베… 2월 만나 과거사 인정 촉구할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8일 03시 00분


에드 로이스 美하원 외교위원장에게 듣는 한일-동북아 정세

미국의 대표적 친한파 정치인인 에드 로이스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이 신년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 총리 집권 이후 일본의 우경화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2월 일본을 방문해 아베 총리에게 “과거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직접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의 대표적 친한파 정치인인 에드 로이스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이 신년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 총리 집권 이후 일본의 우경화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2월 일본을 방문해 아베 총리에게 “과거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직접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해 말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방문한 것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을 식민지로 만들려는 일본의 처사를 견뎌낸 수많은 아시아인에게는 모욕이며 난폭한 처사였습니다.”

미국 의회 내 대표적 친한파(親韓派)인 에드 로이스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63·공화·캘리포니아)은 동아일보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일본이 지역의 긴장을 높이는 데 반대한다. 다음 달 일본을 방문해 아베 총리를 직접 만나 일본의 과거를 인정하라고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악수하는 에드 로이스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왼쪽). 동아일보DB
지난해 2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악수하는 에드 로이스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왼쪽). 동아일보DB
그는 지난해 2월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 연내 미국 방문을 건의하고 상하원 합동 연설을 성사시킨 막후 주역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다음 달 한국을 방문해 박 대통령 그리고 국회 지도자 등과 만나 한반도 관련 중요 이슈들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이스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12일 워싱턴 하원 의사당에서 했으며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 등 최근 변화 등은 6일 e메일로 보충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오랫동안 일본 극단주의자들이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에 반대해 왔는데….

“나의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독일 히틀러에 맞서 싸웠다. 역사 문제의 민감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 군대가 저지른 잔악행위는 잘 알려져 있고 문서로도 남아 있다. 나는 지난해 일본 오사카(大阪) 시장이 일본군 위안부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한 것을 하원 의사당에서 공개 비난했다. 다음 달 아베 총리와 솔직한 대화를 나누길 기대하고 있다.”

―2007년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공동 발의한 사람으로서 남다른 느낌이 있을 듯하다.

“그렇다. 일본의 한국 침탈과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학대 및 노예화 등 역사적인 문제에 대한 위안부 결의안이 벌써 7년 전 미 의회에서 통과되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 내각과 자민당 내 정치인들의 군국주의적 수사(修辭)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일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2차 대전과 한국과 중국 점령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인정하는 것이다.”

―일본은 역사 왜곡과 동시에 독도와 동해 등 한국의 영토, 영해도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 그리고 주변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중국과 한국, 필리핀에 대한 일본의 침략이라는 진정한 역사에 대해서, 그리고 일본 제국주의 군대가 노예로 삼은 여성들의 인권 침해와 관련해 그동안 드러난 사실들을 일본 관리들이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주권이 독도에까지 미친다는 사실을 세계가 다 이해하고 있다는 점도 일본이 확실히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로이스 위원장은 인터뷰 도중 과거 일본군을 지칭할 때는 항상 ‘제국주의 군대’라고 ‘제국주의’를 강조해 인상적이었다.

―중국이 지난해 말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해 영해 확장 속내를 드러냈다.

“중국의 일방적인 ADIZ 선포는 1983년 알래스카 상공에서 대한항공 민항기가 소련에 격추된 것과 같은 우발적인 사고 가능성을 높인다. 중국은 일방적이어서는 안 되고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1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다. 어떤 문제들을 논의할 예정인가.

“우선 북한발 긴장을 어떻게 완화할지 한미 간에 긴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해 어떤 후속조치가 필요한지 대화를 나눌 것이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이 불안하다. 아시아 지도자들에게 어떤 제안을 할 생각인가.

“주변국들이 문제의 휘발성을 줄이는 데 협력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기괴한 행동은 지역 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고 이는 모든 국가에 이익이 아니다. 주변국들은 북한이 돌발행동을 하지 않도록 압력을 넣고 설득해야 한다.”

―장성택 처형 사건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수준을 드러냈다.

“북한 인권문제, 중국이 유엔난민기구(UNHCR)와 이 문제에 협력하는 문제 등도 논의 대상이다. 북한이 (보편적인 인권 보호를 규정한) 유엔 헌장을 위반하지 않도록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넣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정치범수용소 등에서의 인권 침해 문제는 너무 심각해서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의 궁극적인 변화를 위해 미국과 한국이 어떤 구체적인 작업을 해야 하나.

“전체주의 국가의 태도를 바꾸는 가장 좋은 정책은 정보의 유입이다. 자유유럽방송(RFE)이 동유럽으로 방송을 내보내 정치적 다원주의와 관용, 자유와 번영에 대한 정보를 주고 그들의 관점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에도 외부 정보 유입을 통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나.

“그렇다. 한국 드라마가 북한에서 정말 유행한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과 바깥세상을 알 수 있다. 라디오나 DVD를 이용한 정보수집 과정을 통해 북한의 태도가 바뀔 수 있다.”

―평소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대북 제재 강화는 올해 베이징(北京)에 갈 때 내가 제기할 중요한 이슈의 하나다. 경제 제재 강화와 동시에 북한에 방송을 하고 어린 세대들이 과거 러시아와 체코, 폴란드의 청년들처럼 새로운 방향, 새로운 길로 나가도록 해야 한다.”

로이스 위원장은 지난 한 해는 아시아지역, 특히 한국과 미국 간 관계의 깊이를 더하고 친밀감을 키우는 데 집중해 왔다고 자평했다. 박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 연설을 성사시키기 위해 키를 쥐고 있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에게 직접 편지를 쓰는 등 막후 비화도 소개했다.

―박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

“한미 관계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박 대통령에게 그런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박 대통령은 아주 힘 있는 연설을 했다. 워싱턴에 이어 나의 지역구인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좋은 연설을 했다.”

―한미 FTA의 성과를 현지에서 체감할 수 있나.

“한국은 나의 지역구가 속한 캘리포니아 주의 5대 무역파트너다. 한미 FTA는 한국과 캘리포니아 주에 큰 혜택을 주고 있다.”

―한국은 민간 원자력 개발과 이용이 용이하도록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원하고 있다.

“믿을 수 있고 저렴한 에너지는 한국의 경제 발전에 대단히 필요하다. 민간 원자력 에너지로 한국은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를 통해 한국은 경쟁력을 키우고 미국은 동맹국의 경제를 도울 수 있다. 한국은 에너지 기술에 대단한 혁신을 이루고 있어 비용 절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대면 인터뷰를 한 날 마침 하원에서는 예정에 없던 2014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 연방정부 예산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열렸다. 그는 기자를 자신의 사무실이 아닌 본회의장 바로 옆 H217룸으로 초대했다. 인터뷰 도중 두 차례나 본회의장에 들어가 투표를 하고 다시 돌아오는 등 정신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로이스 위원장은 시간을 쪼개서 한국에 대한 애정과 고민을 한마디라도 더 말해주려고 노력해 11선 중견 의원의 품격을 느끼게 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올해 11월 하원 의원 12선에 도전한다. 김동석 미주 한인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하원에서 외교 문제 전반을 맡으면서 한반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의 당선을 위해 벌써부터 많은 한인 유권자가 지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의회 내 지한파 의원들의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전 공동의장을 맡는 등 한미 의회교류 확대에도 힘을 쓰고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4남매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 약력>

1951년 10월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출생
1977년 캘리포니아주립대 졸업(회계 재무 전공)
1978년 사업
1982년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
1992년 연방 하원의원(현재까지 11선)
2007년 연방 하원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공동발의
2013년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
2013년 2월 방한해 박근혜 당선인 면담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에드 로이스#미국#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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