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노부모 요양원 모시기 하루전… 이특 부친의 비극적 선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8일 03시 00분


아이돌 가수 이특이 7일 낮 12시 25분경 아버지와 조부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입관을 지켜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채널A 제공
아이돌 가수 이특이 7일 낮 12시 25분경 아버지와 조부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입관을 지켜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채널A 제공
박모 씨(58)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자녀를 두고 있었다. 아들은 인기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본명 박정수·31)이고 딸은 영화배우 박인영(32)이다. 하지만 박 씨는 2012년 4월부터 최근까지 자신의 블로그에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글을 수차례 올렸다.

박 씨는 수년 전부터 치매를 앓아온 아버지(85)를 봉양해오다 지난해 초 어머니(79)마저 폐암 말기와 중증 치매 판정을 받자 주변에 괴로움을 호소해왔다.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된 지난해 초부터는 주변 지인들과의 모임에도 발길을 끊은 채 간병에만 힘쓸 정도로 효자였다.

박 씨가 1995년부터 운영했던 전자부품 수입업체도 경영난에 시달렸다. 자신의 아파트(168m²)를 담보로 6억여 원을 빌렸지만 갚지 못할 정도였다.

이런 박 씨에게 연예인 아들과 딸은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박 씨는 트위터, 개인 블로그, 미니홈피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녀들의 사진과 소식을 수시로 전했다. 팬들 사이에선 먼저 미니홈피 일촌 신청을 해주는 ‘친절한 아버지’로 유명했다. 박 씨는 2012년 10월 30일 아들이 현역으로 군에 입대하자 훈련 기간 매주 한 차례 애절한 편지를 쓸 정도로 자상한 아버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 씨와 박 씨 노부모는 6일 오전 9시 20분경 서울 동작구 신대방로 아파트 방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간병을 도우려고 함께 살던 박 씨의 외조카는 아침이 돼도 인기척이 없어 박 씨 노부모의 방문을 열어봤다. 노부모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이불을 꼭 덮은 상태로 숨져 있었다. 박 씨는 장롱 문고리에 목을 맨 채로 발견됐다. 방 안에선 박 씨가 “부모님은 내가 모시고 간다” “미안하다”고 쓴 유서가 발견됐다. 당초 박 씨는 이날 노부모를 요양병원으로 옮겨 모실 예정이었다. 경찰은 박 씨와 노부모가 5일 오후 11시경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병든 노부모를 간병하던 박 씨가 노부모를 목 졸라 살해하고 뒤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특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6일 오후 “이특의 아버지와 조부모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사실과 다르게 발표해 팬들을 씁쓸하게 했다.

군 복무 중 비보를 접하고 빈소로 달려온 이특은 시종 비통한 모습이었다. 7일 낮 입관식을 할 때에도 검은색 상복을 입은 이특과 유족들은 할 말을 잊은 듯 멍한 표정이었다. 고려대 구로병원 장례식장 2층에 마련된 빈소에는 슈퍼주니어 멤버들과 소녀시대 수영, 영화배우 김효진 등 동료 연예인들이 잇따라 찾아왔다. 빈소를 찾은 박 씨의 중학교 동창 정모 씨는 “박 씨가 2일에도 새해 인사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믿을 수 없다”며 침통해했다.

조동주 djc@donga.com·이은택 기자
#요양원#이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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