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 씨(58)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자녀를 두고 있었다. 아들은 인기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본명 박정수·31)이고 딸은 영화배우 박인영(32)이다. 하지만 박 씨는 2012년 4월부터 최근까지 자신의 블로그에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글을 수차례 올렸다.
박 씨는 수년 전부터 치매를 앓아온 아버지(85)를 봉양해오다 지난해 초 어머니(79)마저 폐암 말기와 중증 치매 판정을 받자 주변에 괴로움을 호소해왔다.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된 지난해 초부터는 주변 지인들과의 모임에도 발길을 끊은 채 간병에만 힘쓸 정도로 효자였다.
박 씨가 1995년부터 운영했던 전자부품 수입업체도 경영난에 시달렸다. 자신의 아파트(168m²)를 담보로 6억여 원을 빌렸지만 갚지 못할 정도였다.
이런 박 씨에게 연예인 아들과 딸은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박 씨는 트위터, 개인 블로그, 미니홈피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녀들의 사진과 소식을 수시로 전했다. 팬들 사이에선 먼저 미니홈피 일촌 신청을 해주는 ‘친절한 아버지’로 유명했다. 박 씨는 2012년 10월 30일 아들이 현역으로 군에 입대하자 훈련 기간 매주 한 차례 애절한 편지를 쓸 정도로 자상한 아버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 씨와 박 씨 노부모는 6일 오전 9시 20분경 서울 동작구 신대방로 아파트 방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간병을 도우려고 함께 살던 박 씨의 외조카는 아침이 돼도 인기척이 없어 박 씨 노부모의 방문을 열어봤다. 노부모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이불을 꼭 덮은 상태로 숨져 있었다. 박 씨는 장롱 문고리에 목을 맨 채로 발견됐다. 방 안에선 박 씨가 “부모님은 내가 모시고 간다” “미안하다”고 쓴 유서가 발견됐다. 당초 박 씨는 이날 노부모를 요양병원으로 옮겨 모실 예정이었다. 경찰은 박 씨와 노부모가 5일 오후 11시경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병든 노부모를 간병하던 박 씨가 노부모를 목 졸라 살해하고 뒤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특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6일 오후 “이특의 아버지와 조부모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사실과 다르게 발표해 팬들을 씁쓸하게 했다.
군 복무 중 비보를 접하고 빈소로 달려온 이특은 시종 비통한 모습이었다. 7일 낮 입관식을 할 때에도 검은색 상복을 입은 이특과 유족들은 할 말을 잊은 듯 멍한 표정이었다. 고려대 구로병원 장례식장 2층에 마련된 빈소에는 슈퍼주니어 멤버들과 소녀시대 수영, 영화배우 김효진 등 동료 연예인들이 잇따라 찾아왔다. 빈소를 찾은 박 씨의 중학교 동창 정모 씨는 “박 씨가 2일에도 새해 인사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믿을 수 없다”며 침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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