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가 현실이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9일 03시 00분


美-加 엿새째 ‘한파 공포’… 항공-철도 마비되고 사망자 속출 “남극보다 추워”

2일부터 엿새째 북미 대륙을 강타하고 있는 살인적 한파로 7일 미국 전역에서 사망자가 잇따르고 항공 철도 등 주요 교통수단이 마비됐다. 특히 몬태나, 노스다코타, 미네소타 등 미국 북서부 주에서는 바람을 감안한 체감온도인 ‘풍속냉각 온도(Wind chill temperature)’가 남극보다 더 낮은 영하 40∼50도까지 떨어져 주민들이 ‘한파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 남극보다 더 춥다

미국국립기상청(NWS)은 이날 하와이를 제외한 미국과 캐나다 전역이 영하권에 들었다고 밝혔다. 가장 추운 곳은 미국 미네소타 주로 평균기온이 영하 37도. 뉴욕(영하 15.5도), 피츠버그(영하 17도), 디트로이트(영하 20도), 시카고(영하 21도) 등 주요 도시도 상황이 비슷하다. 한파는 9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특히 바람으로 열을 빼앗길 때 느끼는 풍속냉각 온도는 남극은 물론이고 화성의 일부 지역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몬태나 주 커머타운의 풍속냉각 온도는 영하 53도로 남극의 풍속냉각 온도인 영하 34도보다 낮았다.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의 기온도 11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날 뉴욕의 온도는 기존 최저치인 1896년 1월 7일의 영하 14.4도보다 낮은 영하 15.5도였다. 체감온도는 영하 25도로 곤두박질했다.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뉴욕의 관광명소 타임스스퀘어마저 텅 비었다. 주요 언론은 뉴욕을 강타한 빙하기를 소재로 한 2004년 공상과학 영화 ‘투모로우’에 현재 상황을 비유하기도 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주내 14개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고속도로 일부도 잠정폐쇄했다.

기상청은 “강풍과 강추위가 겹쳐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다”며 외출자제령을 내렸다. 심지어 탈옥한 죄수가 추위를 못 견디고 되돌아오기도 했다. AP통신은 켄터키 주 교정시설에서 탈옥한 로버트 빅(42)이 하루 만에 매서운 추위를 못 이겨 제 발로 자수했다고 보도했다.

○ 최악의 교통대란…경제 손실도 급증

교통마비도 심각하다. AFP통신은 이날 하루에만 미국에서 결항한 항공편이 2500대, 지연 항공편이 3400대라고 보도했다. 2일 이후 취소된 항공편은 총 1만8000대에 이른다. 캐나다 토론토 공항은 한파로 장비 일부가 얼어붙자 지상업무를 중단했다.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일리노이 주 퀸시를 각각 출발해 시카고로 향하던 암트랙 열차 3대에 탄 승객 500여 명은 6일 오후 3시 30분부터 7일 오전 6시경까지 약 15시간 동안 시카고 인근의 얼어붙은 선로 위의 열차 안에 고립됐다. 암트랙 측은 “탑승객들을 1.5m가 넘는 눈구덩이를 헤치고 도로에 나오도록 하느니 난방과 식사가 제공되는 열차 안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지만 승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전기 가스 수도 등의 공급 차질도 잇따랐다. 앨라배마 조지아 일리노이 주의 가스회사들은 배관설비 동파로 공급을 중단했다. 테네시의 한 정유공장은 가동을 중단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한파로 인한 미국의 경제적 손실만 50억 달러(약 5조3000억 원)에 이를 것이며 난방비 급증으로 2억 명 이상이 곤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투모로우#북미한파#뉴욕 한파#교통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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