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직원 조카, 계좌정보 속여… 70대 고모가 잔액바닥 따지자 자살
법원 “감독 못한 증권사 배상해야”
증권사 직원인 조카를 믿고 주식 계좌를 개설했다가 조카가 제멋대로 운용하는 바람에 21억 원을 날린 70대 여성이 증권사로부터 일부 배상을 받게 됐다.
수십억 원대 자산가인 김모 씨(74·여)는 A증권사에 다니는 조카 B 씨의 영업 실적을 높여 주기 위해 2009년 7월 계좌를 만들었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김 씨의 눈에는 대학까지 나와 대기업에 입사한 조카가 믿음직해 보였다. 조카 B 씨는 한글로 자신의 이름만 겨우 쓸 수 있는 김 씨를 대신해 계좌 신청서를 썼다. 하지만 명의자 연락처에는 김 씨가 아닌 자신의 어머니 조모 씨(60)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었다. 증권사가 계좌 개설 후 명의를 확인하러 전화를 걸었을 때도 조 씨가 김 씨의 주민등록번호를 대며 김 씨 행세를 했다.
조카는 김 씨가 입금한 21억 원을 멋대로 투자하다가 대부분을 날렸다. 2년 뒤에야 계좌에 잔액이 없는 것을 확인한 김 씨가 조카 B 씨에게 따지자 그날 B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윤종구)는 김 씨가 해당 증권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본인 확인을 소홀히 하고 직원의 불법 행위를 감독하지 못한 증권사와 김 씨 행세를 한 조 씨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증권사와 조 씨가 함께 6억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 씨가 조카만 믿고 계좌관리를 소홀히 했던 점을 들어 증권사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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